자회사 통합·기능 분산 등 개편 줄이어
금융그룹 계열사의 정보기술(IT) 조직이 IT자회사로 통합되고 투자기획 및 관리 기능도 분산되는 등 금융권 IT거버넌스 체계가 대변혁기를 맞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KB·신한금융그룹 등이 산하 금융 계열사의 IT조직을 IT 전문 계열사로 이관, 재편하는 작업에 착수했거나 시행방안을 마련 중이다.
메이저 금융그룹이 IT거버넌스 개편에 나선 것은 지난 2002년 우리은행이 합병 및 공적자금 투입 등에 따라 은행 IT조직 및 자산을 자회사 우리금융정보시스템으로 이관한 이후 7년여 만이다.
금융권 IT거버넌스 개편은 2000년대 중반 금융그룹이 출범한 이후 방향성 정도로만 검토됐으나 최근 은행·증권 등 주요 계열사 차세대시스템사업 완료로 조직개편 리스크가 줄어들자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심화된 경기침체로 IT부문의 비용절감과 운영 효율화 요구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달말까지 하나대투증권의 IT인력 60여명을 IT자회사 하나아이앤에스로 이관할 방침이다. 하나금융그룹은 다음달과 올 가을 각각 하나은행의 은행 및 신용카드 차세대사업이 마무리되면 은행 IT조직 개편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금융그룹도 IT거버넌스 개편에 관한 태스크포스(TF)를 지주사 차원에서 운영 중이다. 신한금융은 금융계열사의 IT 인력은 유지하되 일부 IT기능을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그룹도 관련 검토작업을 진행중이다. KB금융의 IT거버넌스 개편안은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사업이 마무리되는 내년 초를 전후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 △금융 계열사 △IT 전문 계열사 등 3자로 이뤄진 IT투자 기획 및 관리 구도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각 금융사가 독자적으로 기획·관리·집행 권한을 모두 가졌으나 금융지주 출범으로 일부 예산 관리 기능이 지주사로 이관됐고, 이에 이어 IT자회사의 관리 및 투자집행 기능도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각 금융사의 기능은 축소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금융지주사의 IT컨트롤타워 기능 확대 여부에 따라 금융권 IT거버넌스 구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IT거버넌스 개편에는 필연적으로 계열사간 인력이동이 수반되기 때문에 노조 반발이 변수로 꼽힌다. 실제로 현재 이관작업이 공식화된 하나대투증권은 소속 노조원들이 지주사를 상대로 시위를 벌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직을 거부하는 직원은 영업부 등으로 전환 배치할 방침이다.
이호준·이경민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