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판에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름이 요즘 부쩍 자주 오르내린다. ‘애니콜신화’의 주역인 이기태 전 부회장이 ‘위기의 KT호’를 구하기 위한 구원투수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KT가 이 전 부회장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알 만한 사람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사내 독립기업 형태인 CIC의 사장직을 제의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고사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갑자기 다시 급부상했다. KT 측은 일단 ‘부회장 영입설’을 강력히 부인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일본을 여행 중인 이 전 부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부담스럽기는 양측이 다 마찬가지인 듯하다.
하지만 KT 측이 저간의 상황을 모두 부인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현 상황이 급박하다. KT의 위기는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유선통신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고 무선통신 부문까지 정체현상이 고착화됐다. 신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휴대인터넷 와이브로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인터넷전화(VoIP)는 ‘제 살 깎아 먹는’ 서비스로 전사적으로 밀어붙일 상황이 아니다. 결합서비스가 마케팅 이슈로 부상하면서 통신그룹 간 할인경쟁도 무섭다.
어느 것 하나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더구나 경쟁사인 SK텔레콤의 질주는 가속화하고 있고, 후발사업자의 기세는 더욱 무섭게 안방을 위협한다.
이 전 부회장을 향한 KT의 러브콜은 그래서 더욱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석채 KT 회장은 외부인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부회장이 누구인가. 그는 ‘안 파는 것도 마케팅’이라는 신조로 프리미엄 마케팅을 성공시키면서 세계적인 ‘스타 CEO’ 반열에 올랐던 인물이다. ‘기억의 뇌를 버려라’고 할 정도의 창의력을 강조하는 그만의 역발상으로 세계 휴대폰 2위라는 금자탑도 쌓았다. 와이브로 역시 그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한때는 전 세계가 그의 입을 주시했다. 그의 입은 곧 인텔의 주가를 오르내리게 만들 정도였다.
이 회장은 정통부 장관을 지내면서 CDMA 신화를 일구는 데 한몫을 한 인물이다. 정통관료의 길을 걸어온 그는 KT 회장으로 화려하게 등극하면서 과거의 불명예를 회복했다. 이제는 더 큰 미래를 향해 순항하는 중이다. KT의 성공이 그의 또 다른 미래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호사가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두 사람의 궁합을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장의 정통관료로서의 예지력과 카리스마, 이 전 부회장의 휴대폰 신화의 경험과 글로벌 경영마인드를 결합한다는 가정은 상상만으로도 재미있는 구도다.
위기는 곧 기회다. 그만큼 어려움을 극복하면 좋은 날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제가 있다. KT는 현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의 수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사가 만사다. 유비가 활약한 삼국시대에도 그랬고, 지금 세상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경영자는 그래서 사람을 바로 볼 줄 알고 올바르게 쓸 수 있는 사람이다. 굳이 이기태가 아니어도 좋다. KT의 혁신과 미래를 담보할 수만 있다면, 삼고초려로 대표되는 유비의 경영학을 한 번쯤 읊조려볼 만하지 않겠는가.
박승정 정보미디어부장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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