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 발맞춰 전략적인 IT 투자에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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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산업이 큰 변혁기를 맞고 있다. 미국 유수의 투자은행들이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가 하면 인수합병(M&A)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증권산업도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엄청난 구조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시행된 자본시장법은 국내 증권사의 무한 변신을 재촉하고 있다. 오랜 기간 증권업계를 선도해온 대우증권도 극심한 불황과 변화를 온몸으로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위기상황에서도 대우증권은 IT 시스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외환 위기와 대우그룹 해체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선도업체의 위상을 탈환하기까지 IT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민 대우증권 IT센터장(CIO·상무)은 올해도 혁신적인 시스템 구축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자본시장비즈니스시스템(CMBS) 구축에 이어 그는 올해 비즈니스와 밀접하게 연계되는 시스템 구축과 고도화 작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전략적 IT투자가 선두 유지 비결=혹한기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봄이 왔을 때 꽃이 만개할 수 있는 것처럼 대우증권도 지금의 위기상황을 또 다른 기회로 보고 전략적인 IT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 센터장은 “현재의 위기가 자본시장법과 맞물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 분야의 조직과 프로세스 체계를 새롭게 정비함으로써 선진 투자은행들과 비교해 한층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질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IT에 대한 중요성이 한껏 묻어난다.

 이 센터장은 2006년 5월부터 IT센터장을 맡아왔다. 그때부터 대우증권은 종합금융투자회사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IT 인프라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했다. 다른 증권사보다 먼저 차기시스템을 구축했다.

 자본시장비즈니스시스템(CMBS) 구축이라는 대명제 아래 리스크관리, 자금관리, 외환 거래, 통합CRM, 통합리서치관리 및 분석데이터 관리, 자산관리(WM)비즈니스 지원시스템 등 업무 전반에 걸쳐 시스템을 재구축했다.

 통신 인프라도 새로 구축했다. 서버 등 하드웨어 운영과 관리를 위한 공간 확충, 전기 기반 시설 확대 등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운영 모니터링과 같은 데이터 인프라 표준화를 위한 시스템도 차기시스템 구축에 대부분 포함시켰다.

 지난해 구축한 이들 시스템의 운용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오자마자 이 센터장은 또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는 밑거름이 되는 시스템 구축에 온힘을 기울였다면 올해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외파생상품(OTC) 트레이딩 시스템 고도화, 소액결제업무시스템 구축, IFRS 구축 등이 그것이다.

 이 센터장은 “지난해까지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과 관계 개선을 위해 기간계 시스템에 전면 투자했다면 올해는 자통법 시대에 맞춰 실제 금융상품을 쉽고 빠르게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새로운 파생상품 시장에 대응한 트레이딩 시스템 구축 등이 중요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절감’보다는 ‘비용 효율화’=최근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IT비용 절감에 대한 여러 방법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까지 증권업계는 대규모 차세대 시스템을 진행하면서 엄청난 투자를 했다. 하지만 투자 대비 효과(ROI)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올해 들어 비용 절감문제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 센터장도 비용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회사의 장기적, 전략적 성장을 보장할 수 있는 인프라 부문에는 제대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CIO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용절감에 대한 구성원의 태도와 기존의 것을 새로운 각도에서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이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단순히 비용절감보다 비용효율화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비용효율화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관리절차와 제도 몇 가지를 바꿨다. 특히 투자목적 적합성이나 운영상황 등을 더욱 신중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센터장은 IT 아웃소싱도 단순히 비용절감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정 부분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융통성 확보 차원에서 아웃소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대우증권은 일정 규모가 넘는 개발 프로젝트는 협력회사 개발 직원들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하드웨어 유지보수 등 제한된 범위의 업무시스템 운용에 한해 아웃소싱을 적용하고 있다. 안정성과 보안, 업무의 본질, 서비스의 품질과 즉시성 확보 등 다양한 측면에서 IT 아웃소싱을 살펴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IT 신뢰도 높여야=이 센터장은 현업과의 제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증권업무는 IT 의존도가 매우 높은 산업군에 속한다. 현업과의 협력에 따라 IT 부서의 신뢰도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우증권은 차기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오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IT 신뢰도를 크게 높였다. 여기에 IT 조직이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으면서 대외적으로 IT 부서의 위상이 높은 편이다.

 이 센터장은 “IT센터가 단순한 개발조직이 아니라 회사가 경쟁력을 갖춘 금융투자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인만큼, 안정적인 운영과 함께 현업으로부터 IT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항상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비즈니스를 지원해야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항상 IT센터 직원들에게 비즈니스 사용자 관점에서 접근하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IT센터와 현업 간 소통을 원활히 하고 이로써 시너지를 더욱 높이는 방법을 찾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T센터 내 직원에게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자기계발 기회를 좀 더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는 최근 개발과 운영업무를 분리했고 △개발 프로젝트 설계 등의 과정을 현업 쪽에 나가서 진행하는 것 △센터 내 교차 학습조직 운영 △센터 내 직무전환의 사전예고제 실시 등도 고려하고 있다.

 

 이정민 센터장은.

 “항공기 운항 중에 가장 위험한 순간은 이륙 후 5분과 착륙 전 8분, ‘마(魔)의 13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매일 개장 시각 전후에 ‘마의 13분’을 경험합니다.”

 이정민 대우증권 IT센터장(49·상무)은 개장 시간 전후에 가장 신경이 날카롭다. 7시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도 PC로 시스템 가동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HTS와 홈페이지 등 운영상황 점검도 빼놓지 않는다. 물론 IT부서 직원들이 새벽에 출근해서 시스템 상세 점검을 진행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 상무도 직접 점검한다. 이처럼 그는 주어진 일에 열성을 다하는 성격이다.

 1988년에 대우증권에 입사했고 2006년 5월부터 IT센터장을 맡고 있다. 입사 후 인사·기획·감사 등 일반관리 업무를 비롯해 금융공학·리스크관리·OTC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IT 관련 전공을 하지 않은 그가 IT센터장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해 내고 IT 부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다양한 업무 경험과 열정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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