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미디어 소비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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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후의 미디어 소비형태

 

 앞으로 10, 20년 후에 소비자의 미디어 소비형태는 어떻게 달라질까. 미디어 사용은 당신이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계속 쉬지 않고 이어진다. 미디어 중독 단계를 넘어서 미디어 자체가 공기처럼 너무도 당연한 환경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보수적으로 예상해도 2020년대 중반이면 우리가 접할 시각정보 중에서 현실세계는 대략 20%, 미디어를 통한 가상세계의 비중은 80% 내외로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미디어 소비시간이 늘어나면 현실세계를 보듯이 눈이 거의 피로하지 않은 높은 해상도, 안정된 화질을 구현하는 비전 기술이 중요해진다.

 이보다 훨씬 과격한 미디어 소비의 변화를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래학자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61)은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모든 사람은 특수한 콘택트렌즈와 특수 의복을 통해 24시간 사이버 세상과 연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연결시킨다는 뜻에서 이 장비들을 ‘사이버 나우(Cyber Now)’라고 명명했다.

 제롬 글렌은 콘택트렌즈 형태의 극소형 모니터를 통해서 대중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이버 나우는 옷이나 안경처럼 착용하고 피부에 이식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모든 작업장이나 사무실의 업무능력이 향상되고 가상현실의 사이버공간이 지구촌 모든 사람들과 연결된다. 오는 2015년엔 선진국 인류의 10% 정도만 사이버 나우를 착용하지만 2025년이면 공짜로 배포돼 지구촌 전체 커다란 미디어 혁명이 온다는 것이다. 제롬 글렌은 사이버 나우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가 보급되면 시공간을 초월해서 원격 교육, 원거리 의료 검진을 받고 한국에서 미국의 직장도 다닐 것이라고 예측한다.

 2007년 일본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애니메이션 ‘전뇌코일(Coil a Circle of Children)’도 미래의 미디어 소비형태에 중요한 단서를 던져주고 있다. 이 만화는 2020년대를 배경으로 현실세계에 증강현실을 덧붙여 보여주는 특수안경을 묘사해서 이공계에서도 큰 찬사를 받았다. 만화에 등장하는 특수안경은 TV나 문자정보가 눈앞에 뜨는 실감형 고글의 단계를 훨씬 넘어섰다. 이 안경을 쓰면 SW로 제작된 가상의 애완견이 눈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장면이 보이는데 안경을 벗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주인은 안경을 써야만 보이는 가상의 강아지를 극진히 예뻐하고 함께 놀아준다. 사람들은 특수안경을 상시 착용하면서 현실세계와 사이버공간이 결합된 기묘한 시공간 속에서 삶의 확장을 추구한다. 현실세계와 사이버 공간이 분리된 세계가 아니며 우리의 현실 자체가 거대한 미디어로 바뀌어 간다는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전뇌코일에서 나오는 특수안경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다면 하루종일 안경을 쓰고 다니는 것처럼 미디어는 시각기능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된다. 어떤 형태로든지 인류는 24시간 미디어를 공기처럼 호흡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잠을 자면서도 좋은 꿈이나 긍정적 꿈을 꾸게 해주는 뇌파기계를 베개 근처에 켜둘지도 모른다. 그때쯤이면 미디어 중독이란 개념 자체가 아예 사라질 것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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