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트위터 사용자 데이비드 빌(36)은 오늘도 트위터 접속 화면에서 고래 한 마리를 만났다. 일명 ‘실패한 고래(Fail Whale)’로 불리는 이 이미지는 트위터에 사용자가 폭주해 메시지를 올릴 수 없을 때마다 나타난다. 하지만 그는 이 고래가 반갑기만 하다. 심지어 ‘실패’를 상징하는 이 고래를 찬양하는 ‘추종자’들이 불어나면서 지금 미국은 성장통을 겪고 있는 또다른 트위터 이슈로 뜨겁다.
◇연간 1300% 브레이크 없는 성장=트위터의 성장 속도는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명 ‘마이크로 블로깅’이라 불리는 이 서비스는 140자 이내의 짧은 문구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이나 휴대폰에 올리면 지인들에게 자동으로 발송해 준다.
말 그대로 이 간편하고 신속한 ‘재잘거림(twitter)’이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샤킬 오닐·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정치인·스포츠인·연예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국인의 삶의 방식을 바꿔 놓았다.
닐슨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47만5000명에 불과하던 트위터 순 방문자 수는 정확히 1년만에 무려 1374% 급증한 700만명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소셜네트워킹의 원조격인 페이스북이 228% 성장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놀랄 만한 수치다.
◇원조 트위터 vs 샤킬 오닐=하지만 창업 3년만에 신규 계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고래’를 만나야 하는 횟수도 잦아졌다.
초기 트위터 가입자인 ‘기술 신봉자’들은 트위터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가입자를 받아들여 장애를 일으킨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 사용자들은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을 최근 ‘고래’를 자주 출몰시키는 주범으로 지목했다. 일례로 농구 선수 샤킬오닐의 트위터에는 47만명의 팬들이 운집한다. 넘쳐나는 스패머들과 부당 이익을 챙기려는 장사꾼들도 골칫거리다. 3년째 수익 모델이 없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트위터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유료 상용 계정을 여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실패는 고래를 춤추게 한다=흥미로운 대목은 이같은 논란 속에서 ‘고래’로 대변되는 트위터의 과부하가 오히려 트위터 광신도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의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잉 루(Yiying Lu)’에 의해 디자인된 이 고래 이미지는 트위터들 사이에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아이콘으로 통한다. 즉 트위터에서 매일 나누는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지만 결국 이를 헤쳐나갈 것이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
또 인도 뭄바이 테러나 허드슨강 비행기 추락 등의 사고를 가장 먼저 외부에 타전한 것이 트위터였다는 점 등 트위터의 사회적 역할도 장점으로 부각됐다.
인터넷 매체인 컨텐셔스닷컴의 에이미 개런은 “트위터를 둘러싼 논쟁은 초기 사이트가 겪는 당연한 갈등일 뿐”이라며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며 따라서 그들의 삶을 쉽고 간편하게 드러내주는 트위팅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