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 미래의 생산과 분배 방식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결국은 생산과 분배의 방식, 그리고 특히 생산방식의 혁명에 따라 수많은 변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함께 건축물을 만들고, 서로를 도와서 사냥을 하는 것과 같은 집단적인 생산활동을 해왔다. 생산방식의 변화는 사회의 변혁을 가져오게 되는데, 근대의 가장 급격한 변화는 산업혁명이라 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에 사람들은 대량생산을 위한 기계와 이러한 기계의 작동을 위해 제공되는 노동력을 통해 잉여생산을 유지하게 되고, 이러한 잉여생산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가 산업화 시대로 넘어가게 되는 계기가 됐다.

산업화시대에는 생산량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했기에, 배가 고프거나 입을 것이 없거나 하는 절대 빈곤의 상황이 거의 사라지게 됐다. 그렇지만, 생산의 방식에서 정해진 틀과 프로세스, 그리고 SOP로 통제되는 관리의 방식에 따라 수직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것만 추구하는 세계는 많은 사람에게 일에 대한 즐거움을 빼앗아 버렸다.

오픈소스와 인터넷은 이러한 산업화시대에 새로운 인간의 생활에 대한 재미를 선사하는 오아시스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흔히 오픈소스 생산방식을 동등계층 생산(peer production)이라고도 하는데, 공동의 결과물을 생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개인들의 자체 조직 및 평등한 커뮤니티에 전적으로 의존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을 일컫는다. 보통 커뮤니티에서 유능하고 경험이 많은 멤버가 리더가 되어, 다른 멤버들의 기여도를 측정하여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동등계층 생산은 보통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대부분의 참여자가 돈과는 무관하게 일을 한다. 현재의 세계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무엇이나 협력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생산비용이 높아서 개개인의 진입이 허용되지 않았던, 그래서 자본을 가진 기업의 수장이 아니고서는 내릴 수 없었던 결정권이 개개인에게로 돌아오는 중이다. 이제는 적은 비용을 들여 협업할 수 있고, 만들어진 것들을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커다란 기업들에 위협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또 어떤 기업에는 커다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과연 동등계층의 생산, 그리고 구심점이 없어 보이는 네트워크가 자본집약적 대기업과 경쟁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형태의 느슨한 동등계층 생산에 기반을 둔 기업에서 공정한 분배가 가능할까. 동등계층은 기업보다 훨씬 효과적인 동기부여를 하고, 일은 스스로 선택해서 할 수 있다. 관리자의 지시에 의한 일을 할 때보다는 본인의 자발적인 의지로 창의적인 일에 참여할 때 그 사람의 능력이 극대화될 수 있으며, 기여도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걸러내는 장치만 있다면 동등계층 생산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한 대규모 참여의 효율이 자본집약적 대기업을 능가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아마도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연구분야, 미디어 산업 등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산업시대에 길들여진 회사의 형태와 경영방식의 변화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정지훈 우리들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 블로거, 칼럼리스트 jihoon.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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