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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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이 지구촌 곳곳에서 수난을 겪는다. 지난 30년 동안 일상생활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가져 온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찬사가 무색할 정도다. 일상생활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고 수많은 관련 산업과 신기술을 만들어낸 인터넷이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다루기 힘든 골칫거리 취급을 받고 있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공안의 티베트 시위자 폭행 동영상이 유포되는 유튜브 사이트의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포르노 사이트 검열을 명분으로 집중 단속을 펼쳐 3000여개에 달하는 웹사이트와 270여개의 블로그를 폐쇄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에 쓴소리를 한 몇몇 반정부 사이트들도 함께 폐쇄됐다. 중국처럼 언론의 자유가 제한된 나라에서는 인터넷도 서슬 퍼런 검열을 피할 수 없다.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 검열국가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민주주의 국가 5곳이 선정됐다는 것은 다소 의외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은 최근 한국·호주·프랑스·아르헨티나·인도 5개국을 ‘소리 없는 인터넷 검열국가’로 선정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가구의 90%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세계 최고의 IT 국가다. 그런데 인터넷 검열에서도 세계 최고를 달리는 국가로 낙인 찍힌 셈이다. 하기는 세계적인 경제석학이 쓴 베스트셀러(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가 불온서적으로 지정되고, 일본 오리곤차트 1위에 오른 인기가요(동방신기의 ‘주문’)가 청소년유해물로 판정받은 우리 현실을 감안해 볼때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음악·서적·영화·게임 등 문화콘텐츠에 검열의 잣대를 들이대는 데에는 일반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화콘텐츠 검열이 사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인터넷 규제에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 모욕죄 신설 등 인터넷 규제를 강화하게 되면 관련 산업이 위축됨은 물론이고 자칫 우리나라가 인터넷 규제국가 1위의 불명예를 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인터넷이 그렇다. 인터넷을 잘 활용하면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덴마크의 크리스토퍼 미켈슨, 데이비드 미켈슨 형제가 최근 개설한 ‘레퓨지스 유나이티드(www.refunite.org)’가 대표적 사례다. 난민들이 스스로 이산가족을 찾을 수 있는 이 사이트는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전 세계 난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유엔 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의 통계에 따르면 약 150만명의 미성년자들이 부모와 접촉이 끊긴 채 이산가족으로 살고 있다. 이들이 인터넷으로 가족을 다시 찿을 수 있다면 이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가.

 인터넷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서 혁신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악성 댓글, 명예훼손, 청소년 유해정보유통 등 일부 역기능을 문제삼아 인터넷을 규제와 검열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터넷이 ‘독’이 되지 않고 ‘약’이 되도록 정치권과 업계, 그리고 네티즌이 함께 지혜를 모을 때다. 우선은 정부가 추진하는 2년간의 한시적 ‘규제 유예’ 부문에 인터넷 등 IT산업도 포함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윤·국제부 부장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