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이다. 경기불황으로 마음은 여전히 한겨울이지만 어김없이 올해도 봄은 찾아왔다. 긴긴 겨울을 지나 화창한 봄날이 이어지면서 집에서도 ‘봄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대청소를 시작으로 가전제품과 가구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지만 사무실 곳곳에서 봄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꽁꽁 얼어붙은 경기 탓으로 이전과 좀 다른 방향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긴축 경영’이라는 모토에 맞게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새롭게 사무 환경을 디자인하고 있다.
#비용을 줄여라
‘한 푼이라도 줄이자’는 분위기에서 출력 환경도 예외일 수 없다. 단순히 이면지 사용을 권장하는 데서 프린터·복합기 등 전체 하드웨어를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아예 사무기기 관리를 외부에 위탁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아웃소싱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정영학 렉스마크코리아 사장은 “아웃소싱으로써 기업 운영 부문에서 낭비하는 비용을 점검하고 각종 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해 비용 절감과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서 출력 아웃소싱 추세가 굳어지면서 ‘통합 문서관리 서비스(MPS)’가 주목받고 있다. MPS는 프린터·복합기 등 제품과 소모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에 산재한 모든 출력기기를 통합 관리하고 최적화한 유지 관리를 위해 문서 출력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MPS를 통해 기업은 전체 매출의 1∼3%에 이르는 문서 출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불황기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HP는 알리안츠생명·외환은행 등 보험사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MPS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렉스마크도 국내 5대 보험사 중 한 곳을 구축하는 등 대규모 사이트 구축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으로 무장해라
‘그린IT 바람’이 거세면서 프린터 업체도 친환경 소재와 기술을 제품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소비전력을 줄이는 등 친환경으로 무장한 제품이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프린터 생산에서 유통·사용·폐기단계까지 발생하는 오염 요소를 최소화하도록 제품을 설계하는 ‘에코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핵심 부품인 감광체에 카드뮴·납·수은·셀레늄 등을 사용하지 않는 등 친환경 프린터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렉스마크도 프린터 카트리지에는 물과 융해력이 있는 최소 농축액을 사용한다. 유해 물질인 메틸 알코올과 자동차 부동액 원료로 주로 사용하는 에틸렌글리콜 같은 원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엡손도 잉크젯 복합기에 사용하는 광원과 LCD 백라이트 광원 모두 전력 소모가 적은 LED로 대체하는 등 소비전력을 최소화했다. 또 모노 레이저 프린터 일부 모델은 소비전력을 3W까지 떨어뜨려 미국 에너지 절약 장려 국제 프로그램인 ‘에너지 스타’ 로고까지 획득했다.
#효율성을 높여라
새로운 사무환경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게 효율성이다. 효율성은 곧 생산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개선해 사용자 효용 가치를 높인 제품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선을 없앤 무선 프린터가 대표적이다. 조태원 한국HP 부사장은 “여러 대의 PC를 사용하는 사무실에서 프린터를 사용할 때마다 전송선을 다시 연결해야 하는 불편함이 크다”며 “최근에 나오는 프린터는 무선 인터페이스로 불편함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삼성 컬러레이저 복합기 ’레이’는 제품 전면부에 USB 포트를 장착해 사용자가 PC 연결 없이도 스캔한 파일을 USB에 저장해 있는 문서를 바로 출력할 수 있다. HP 포토 스마트 일부 제품도 내장한 이더넷으로 홈네트워킹을 구성해 여러 사람이 공유해 쓸 수 있다. 무선랜 기능 외에 프린터 스스로 CD나 DVD에서 직접 사진도 출력할 수 있다. 메모리 카드 슬롯을 이용하면 PC 없이도 사진 확인·편집·출력을 손쉽게 할 수 있다. 유동준 오키시스템즈 사장은 “올해 경기 위축으로 전체 사무기기 시장 규모는 다소 줄지만 기업 시장의 비중이 더욱 높아진다”며 “올해 기업 사무기기 시장에서 친환경·무선 인터페이스·아웃소싱 등이 키워드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사무기기 ‘멀티 플레이어’가 대세
올해 사무기기 시장에서는 ‘멀티 플레이어’ 비중이 한층 높아진다. 프린터·스캔·팩스 등 특정 기능에 강점을 가진 제품보다는 이들 기능을 모두 지원하는 ‘디지털 복합기’가 전체 출력기기 시장의 30%를 넘어선다는 분석이다. 산업계가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경기불황으로 전체 출력기 시장은 크게 위축되지만 복합기는 ‘나홀로 성장’을 이어간다. 복합기는 전체 출력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27.2%에서 2008년 28.5% 다시 올해 30%까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레이저 제품은 2007년 67.3%에서 올해 65.4%로 성장세가 주춤해진다.
용지 크기로는 ‘A4’를 지원하는 제품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그동안 A3·A4 모두 시장이 커졌지만 앞으로는 A4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다. A4를 지원하는 출력장비 비중은 2007년 83.3%에서 올해 86.8%까지 커질 것으로 산업계는 예측했다.
출력속도에서도 ‘고속화’가 대세로 굳어진다. 흔히 사무기기 시장에서 저속은 분당 20장 이하, 중속은 20∼40장, 고속은 41장 이상을 말한다. 레이저 프린터와 복합기를 포함해 고속 지원 제품이 올해부터 확실한 ‘경쟁우위’를 다져 나갈 예정이다. 먼저 복합기에는 고속 제품 비중이 2007년 3.2%에서 올해 15.2%까지 치솟는다. 대신에 저속 제품은 2007년 86.1%에서 올해 53.5%까지 떨어진다. 레이저 프린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고속 지원 제품은 2007년 전체의 0.3%에서 2009년 20.8%까지 올라간다. 대신에 저속 제품은 2007년 62.2%에서 올해 30.4%로 추락한다.
주요 기업에서 관심이 높은 ‘통합 문서관리 서비스(MPS)’ 시장만은 불황에도 쑥쑥 성장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2007년 868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가 2008년 1100억원에 이어 올해 1400억원, 내년에는 1800억원까지 커진다는 장밋빛 청사진이 나와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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