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할 수 있는것, 하고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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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가 어렵다 보니 공상(空想) 하는 병이 도졌다. 기업 부도율과 은행 연체율이 늘고 있으며, 영국계 신용평가회사인 피치사와 영국 미디어들의 한국 경제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한 녹색성장이라는 화두로 인해 세계 각국이 ‘그린오션’ 붐으로 출렁이고 있다. 하지만 ‘그린’이라는 색깔은 보이지만, ‘오션’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초록물결 속에서 혼란스럽다. 공상이 잦아진 이유다.

 경제위기에서 벗어난 한국의 모습과 우리나라의 미래 비전을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속속 올라오는 경제 관련 동향보고, 혹은 기자들의 현장기사를 읽다가 문득 문득 공상에 빠진다. 시점은 3∼5년 앞의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 말, 임기가 끝났을 때의 모습이 그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경제 혼란 속에서 벗어날 때를 고려해 한국 경제를 주도할 산업지도를 그리다보면 어렴풋하게 그 윤곽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게 ‘오션’이 아닐까. 그토록 갈망하는 ‘선진일류국가’의 윤곽이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해질 것이라고 믿고 또 믿는다.

 분명한 것은 그 모습은 지금 우리가 그토록 열망하는 ‘초록색’으로만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초록과 파랑과 빨강, 노랑 등 다양한 색깔이 뒤섞인 세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이다. 녹색 성장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반 기술과 IT기술, 정보통신 인프라가 융합돼 최고의 효율이 나타나는 무지개 같은 미래다.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성장 전략은 단기 과제가 아니다. 중장기 비전이며, 이 대통령 임기 이후에도 지속되어야 하는 미래 지향적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 녹색성장 전략은 지금부터 적어도 30년 이상 지속되어야만 가치를 발휘하는 ‘미래비전’, ‘그린오션’이다.

 문제는 녹색성장은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도달할 수 있는 단기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추상적이라는 비판도 들린다.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요소와 기반기술들이 결합하면서 만들어지는 한차원 다른 세계의 비전이다. 3∼5년 앞의 미래에서 녹색의 모습이 크게 보이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국가 비전은 ‘녹색성장’처럼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꿈을 심어주어야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국민 모두에게 가치를 지닌 국가비전이 되려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 요소들, 즉 각 부문별, 연도별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 수준이 구체화돼야 한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 가능한 요소들을 파악하고, 개발의 선후 순위가 담긴 산업지도를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살다 보면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구분하라는 소리를 숱하게 듣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은 현실적이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미래 지향적이다. 이 두가지는 늘 함께 맞물려 다닌다. 하나가 빠지면 미래비전이 없는 것이고, 다른 하나가 빠지면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다.

 녹색성장은 50년 앞을 내다보는 큰 비전이다. 하지만 하천 환경 정비가 녹색성장전략으로, 20∼30년 앞의 비전이 단기별 성과 목표로 제시되어서는 안된다. 국가에게는 미래 비전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게게는 3년 내에 먹고 살 현실적 문제 해결이 더 중요하다. 중단기 성과목표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녹색 비전을 성장동력으로 믿지 않는다. 국민은 30년 앞을 보고 매진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