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4대 사회보험 통합징수법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이 법안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오는 2011년부터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의 징수업무를 통합 실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르면 4월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비상이 걸렸다. 새로 부임한 장석원 정보관리실장(58세)의 최대 현안이기도 하다. 올해로 세 번째 정보관리실장직을 맡은 장 실장은 “통합징수는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고,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만큼 그간의 축적된 역량과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 보험 통합 징수 본격 착수=올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정보관리실 최대 이슈는 4대 사회보험 통합징수법안 통과에 대비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확한 업무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고 개발 내용도 아직은 구체적이지 않다.
장 실장은 “각 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인만큼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진행해야 바람직한데, 정책사업이다 보니 급박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정 업무 추가 여부에 따라 개발 범위와 내용이 엄청나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보시스템 구축 비용과 일정을 조정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통합징수에 따른 초기 정보시스템 구축 비용이 748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통합징수정보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개발 용역비가 339억원 정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장비 도입비는 409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전산 운영비도 5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이처럼 프로젝트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장 실장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유관 기관들의 사업이 엮여 있어 이견을 조율하는 게 최대 관건이다. 여기에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밖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단 내부의 중장기 정보화 전략 계획에 따라 IT 거버넌스, SOA 기반 인프라 구축 등 24개 과제를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에는 CRM 구축, 데이터 품질 관리, 정보보안 체계 강화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산센터 이전도 검토 중=장 실장의 고민은 이들 프로젝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선 당장 전산센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하는 부문에도 고민이 많다. 장 실장은 본사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산센터를 ‘창고 수준’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데이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공간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인만큼 데이터 양도 어마어마하다. 업무 자료별 종류만도 9941종에 달하고, 데이터 양도 48TB 정도 된다. 게다가 전 국민의 건강보험 급여에 필요한 1600억건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센터 이전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새로운 부지를 조성해 신규 센터 설립도 계획하고 있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매우 민감한 개인 정보다. 이 때문에 외부에 아웃소싱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센터 이전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장 실장은 “경영층에서는 당장 부지를 알아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업무의 연속성을 보장하면서 시스템을 이전하는 것이 쉽지 않아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의견을 들어라 = 30년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장 실장이 터득한 생존 전략은 ‘현장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전산부서가 당연히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많은 기업이 현업 직원들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곳이 아주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 실장은 정보관리실 직원을 현업 직원이 일하는 곳에 일주일간 파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집 근처 지사에 출근시켜 직접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민원을 받아보도록 하고 있다. 문제점이나 개선 내용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업과 친분을 쌓고 향후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장 실장은 “대부분 개발 직원들은 어떻게 배열할 것인지, 비주얼적인 측면에 대해 많이 고민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현업 직원들은 오히려 불편할수 있다”면서 “현장에 가서 직접 느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전 국민 건강보험 실현에 IT가 ‘으뜸’ =1977년 의료 보험이 시작된 이래 전국민 대상으로 의료 보험이 확대되기까지 우리나라는 12년이 걸렸다. 다른 선진 나라에서 수십년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매우 짧은 기간에 이뤄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처음 의료 보험이 실시될 때만 하더라도 종업원 500인 이상의 사업장만이 의료조합을 설립할 수 있었고, 조합별로 병원과 계약이 이뤄졌다. 지금의 건강보험 체제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89년부터다. 불과 10여년 만에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되면서 전산화는 필수적이었다.
장 실장은 “우리나라가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 나라가 작아서도 아니다”라며 “건강 보험 정책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에는 IT 기여도가 상당히 높았다”고 말했다.
이후 전국의 지역 조합들을 통합하는 작업을 통해 총 6개 지역으로 분할해 관리해 왔으며, 2006년도 이들 시스템을 통합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런 과정 속에 건강보험 시스템은 경쟁력을 확보해 갔고, 최근에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건강보험의 역할 모델로 우리나라를 꼽고 있다.
장 실장은 “국가별 환경 차이로 인해 시스템을 수출하는게 쉽지 않겠지만 관련 수출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복지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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