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합니다. 중소기업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남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만한 노력은 필수입니다.”
이병구 네패스 회장(62)은 한국기업들이 취약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이 같은 선결조건을 강조했다. 끈기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지 않고선 하루 아침에 좋은 기술·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설명이다.
네패스는 최근 반도체·LCD 기술을 이용, 256가지의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컬러유리 ‘리그마(Rigmah)’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장은 “컬러유리는 네패스가 반도체·LCD 기술을 적용해 개발중인 여러 파생상품중 하나”라면서 “이를 개발하기 위해 6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과 숱한 실패가 있었기에 이 제품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게다가 반도체·LCD 기술이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 회장은 “반도체 기술을 일반 산업에 적용할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면서 “앞으로 시내 건물과 도시 전체가 컬러풀하게 바뀌는 데 기여할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네패스의 컬러유리는 적외선·자외선 차단과 반사·비반사, 친수·발수 등 다양한 기능도 집어넣을 수 있어 응용분야가 다양하다. 인테리어 건축자재 뿐 아니라 에너지 절감형 유리, 태양에너지 유리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1990년 네패스를 창업한 후 매출이 2000억원에 가까운 회사로 키우기까지 남들이 가지 않 은 길을 걸어왔다. 소형·고집적 패키징 기술인 플립칩 범핑을 사업화하면서 반도체·LCD 부품을 생산했으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전자재료도 하나씩 국산화시켰다. 이처럼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했기에 노력은 성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고, 네패스의 사업군은 탄탄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회장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매출은 저절로 일어나기 마련이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환경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한다”면서 “미래를 위한 기술투자를 게을리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들은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는 할 게 많아 고민”이라고 했다. 그의 머리 속에는 지금 개발중인, 또 앞으로 개발할 기술의 사업화에 대한 치밀한 구상이 그려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