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에도 고객을 잡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은행들이 실적 부진을 뒤로하고 고객 확대를 위한 힘찬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은행들의 지난해 실적은 ‘아쉬움’ 그 자체였다. 예상치 못한 미국발 금융위기 피해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것. 국내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도인 2007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경기침체가 본격화하고 기업 구조조정 결과가 반영된 작년 4분기에는 은행들이 3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은행들이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8년 만에 처음이다.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2009년 은행들은 불황 속에 돌파구 찾기에 안간힘이다. 키워드는 ‘틈새’와 ‘자본시장법’으로 통한다. 10년 만에 찾아온 불황시기에 걸맞은 틈새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고 또한 연초 자본시장법 시행에 맞춰 고객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틈새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여성만을 위한 전용 뱅킹센터를 세우는 등 특화된 서비스를 펼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서민의 자금확보 어려움을 달래기 위한 금융상품을 출시했다. 특히 자영업자·서민 등 침체기 어려움이 가중되는 이들을 위한 상품이 주목된다.
국민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자영업자를 위해 영업관리에서부터 금융·세금신고 업무를 지원하는 ‘KB이지북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업현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를 희망하는 자영업 고객에 특화한 온라인 서비스다. 매출·입 관리는 물론이고 금융자산관리와 데이터에 연동한 세금신고까지 지원된다.
우리은행은 이종휘 행장이 직접 시장을 방문 후 ‘우리 이웃 대출상품’을 만들었다. 이 행장이 시장에서 “서민과 영세상인을 위한 대출상품을 개발해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의 후속 조치다.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저소득근로자와 자영업자를 위한 신용대출상품이다. 우리은행은 이에 앞서 고금리 대출을 전환하는 ‘우리환승론’과 전세금 하락 부담을 덜기 위한 ‘역전세 지원대출’ 상품도 출시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도 은행들을 자극하고 있다. 법 시행이 은행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창구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상품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접점이 되기 때문이다. 농협은 USB와 IC칩을 결합한 금융매체로 은행과 증권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포켓뱅킹서비스를 개시했다. 농협은 이 상품이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른 종합금융시대에 적합한 재테크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국민은행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고객이탈을 막기 위해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대상으로 전국을 돌며 자본시장법 세미나를 펼치고 있다. 우리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서울 대치동에 복합금융점포를 열었다.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의 일반 영업점과 PB영업점을 함께 배치한 것으로 고객에게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국민은행
“2009년 경영 전략 방향을 ‘뉴 스타트(New START)경영을 통한 은행체질 강화’로 정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4대 핵심과제로 ‘수익중시 및 비용절감 경영’ ‘리스크 관리의 고도화’ ‘고객지향적 영업기반 강화’ ‘시너지 창출 최적화 및 금융산업 선도’를 설정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불황을 비용절감과 수익중시 경영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국민은행의 뉴 스타트 경영은 효율·스피드·현장 그리고 창조를 복합한 경영혁신운동이다. 이를 위한 6대 추진과제도 선정했다. 비용절감, 리스크 관리, 고객관리(CRM), 과당경쟁 자제 점포전략, 변화 시장에 대한 상품, 시너지 확보. 이중 주목되는 것은 CRM과 변화에 대처한 상품. CRM은 내점고객 감소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신규고객 창출 및 교차판매 중요성 대두에 맞춰 국민은행이 강화하는 것이다.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접목한 G-CRM을 통해 체계적인 마케팅 기회를 창출하고 고객과의 관계도 강화한다는 목표다.
국민은행은 뉴 스타트 전략의 일환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500억원 기술보증기금 출연과 ‘녹색성장 e-공동구매정기예금’ 상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산업 지원의 일환으로 기보와 ‘저탄소 녹색성장산업 금융지원을 위한 특별출연 업무협약’을 지난달 체결했다. 국민은행의 특별출연금을 바탕으로 기보는 7500억원의 신용보증을 공급에 나선다. 업체당 평균 지원금액을 4억원으로 가정할 때 2000개의 중소기업이 지원을 받게 된다. 지원대상은 녹색기술산업을 비롯한 신성장력동력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녹색성장 e-공동구매정기예금’은 지난달 한시적으로 판매한 상품으로 가입고객에 지급할 세전 이자 1%를 녹색성장산업 관련 단체에 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