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문화콘텐츠 산업의 독버섯, 불법 웹하드] (1)문화콘텐츠 산업을 좀먹는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콘텐츠별 불법 시장규모 및 합법 시장 침해 현황

웹하드가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의 가장 큰 암적 존재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P2P 서비스가 불법복제의 온상이었지만 지금은 웹하드가 주범이다. 인터넷 다운로드 문화에 익숙한 젊은층과 청소년은 웹하드에서 문화 콘텐츠를 얻는다. 최신 영화나 음악은 물론이고 ‘꽃보다 남자’나 ‘무한도전’도 웹하드의 불법서비스에서 내려받은 파일로 본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문화 콘텐츠 산업이 떠안는다.

◇산정조차 어려운 웹하드 피해=김정아 CJ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콘텐트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실천전략’에서 2006년 통계를 인용해 영상산업 불법 다운로드 시장규모가 2조7249억원이라고 밝혔다. 합법적인 영화산업 규모 6091억원의 4배에 달하는 액수다.

상황은 그때보다 더 심각해졌다. 저작권보호센터의 단속 결과를 보면 2008년도 웹하드를 통한 영상물의 불법복제 적발건수는 2007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출판물과 음악도 각각 3배와 1.5배 이상 늘었다. 저작권보호센터가 감시하는 대상 웹하드가 상위 30여개에 한정돼 있어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가 훨씬 더 크다.

권오기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팀장은 “정산 방법론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수적으로 집계해도 피해는 수조원에 이른다”며 “실제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문화 콘텐츠 산업 역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생산과 유통, 소비로 이어지는 순환구조가 원만하게 돌아갈 때 성장할 수 있다. 이용자가 웹하드 업체에 1만5000원을 내고 수천만원어치의 영화를 받아가도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없다. 웹하드의 불법 서비스가 근절돼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시간 내에 불법복제 배포 완료=웹하드 업체들에 영화·드라마·음악 등이 디지털 파일로 발매되면 이를 복제해 배포하는 속칭 ‘릴리스 그룹’은 합법적인 유통질서를 파괴하는 원흉이다. 이들은 원본 드라마나 영화의 소스를 추출해 만든 불법 복제 파일을 웹하드를 통해 빠른 속도로 퍼뜨린다.

국내 최대 웹하드 클럽 운영자 중 한 명인 L씨는 “외국 영화는 개봉 전에 이미 DVD 화질의 불법복제물이 자막과 함께 나온다”며 “방송 프로그램은 끝나고 10분 내에 동영상 파일이 올라오고 한 시간 안에 다운로드 수백만건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L씨의 설명에 따르면 시리즈 종료 후 몇 달 후에나 국내에서 방영하는 미국 드라마는 현지 방송 후 한 시간 안에 불법복제물이 등장하고 일본 드라마 역시 하루면 나온다. 물론 완벽하게 자막이 갖춰진 상태다. 합법적인 유통 경로보다 더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셈이다. 더욱이 비용은 공짜 또는 몇백원에 불과하다.

금기훈 엠넷미디어 본부장은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전 국민이 다 들었지만 실제로 음반 판매량은 1만5000장에 불과하다”며 “가수 하나 키워서 먹고사는 작은 제작사는 웹하드에 한 곡만 유포되면 생존을 위협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자 대신 애꿎은 청소년만 제소=일부 저작권자는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자 자구책으로 법무법인을 통해서 저작권 소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알려졌다시피 대부분의 법무법인은 웹하드 자체가 아니라 개인을 대상으로 소송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합의금을 받을 수 있지만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상황이다.

L씨 같은 ‘본좌’급 웹하드 클럽 운영자나 릴그룹이 대상이 아니라 그들이 올린 자료를 무심코 주고받은 청소년이 대다수다.

한 만화가는 실제로 법무법인이 저작권 침해자들을 고소했다고 해서 경찰에 갔다가 대다수가 청소년인 것을 보고 소송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실질적인 효과도 없고, 정신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저작권에 무지한 청소년만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고 천문학적 이익을 내는 웹하드 업자들은 건재한 모습이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산업의 현실이다.

장동준기자 djjang@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