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조건 없는 합병’을 허용함에 따라 KT와 KTF 합병은 사실상 허가 절차만 남았다. KT-KTF 합병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이번 주에 합병 심사 의견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KT―KTF 합병 인가를 최종 결정하게 된 방통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최대 관심이다.
방통위가 공정위 의견을 바탕으로 KT-KTF 합병이 자회사를 흡수하는 형태로, 현행법상 큰 문제가 없으면 합병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방통위, 인가조건은?=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필수설비 사항이다. 일단, KT 시장지배력의 원천으로 지적되는 필수설비에 대해 방통위는 공정경쟁 환경 조성 및 경쟁 활성화를 위해 별도의 조치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KT와 KTF 통합 과정에서 필수설비 제도개선 방향을 경쟁사업자와 윈윈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방통위는 KT의 필수설비를 더욱 쉽게 이용하는 것을 골자로, 사실상 유명무실화한 ‘가입자 선로 공동활용제도(LLU)’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무선 공통비용 부당배분 및 접속료 등 인상으로 경쟁자 배제 및 유무선 통합 망내할인을 통한 지배력 전이에 대한 우려는 공정위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무 간 상호 보조 및 망내 할인 등은 기존 규제 정책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게 방통위의 정서다. 특히 결합상품을 통한 지배력 전이에 대해 방통위가 사업자간 경쟁 촉진과 이용자 복지 향상을 위해 최대 가격 인하 폭을 30%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한만큼 통합 KT에 별도 조건을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합상품 가격 자체가 방통위의 가격 규제뿐만 아니라 공정위의 사후규제로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업자 간 희비교차=KT는 공정위가 상당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으로 이해한다는 원론적인 의견을 개진한 반면에 반KT 진영은 일제히 공정위 결정에 우려감을 표시하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KT와 KTF는 ‘환영’인 데 비해 SK텔레콤과 LG텔레콤, SO,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등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일제히 반발했다.
반KT진영은 유선시장 1위 사업자와 무선시장 2위 사업자가 합병함에 따라 상호 교차보조 등 불공정행위 가능성이 증가하고 유선통신시장 지배력이 이동통신 시장으로 전이돼 유무선 통신시장 경쟁 상황 악화가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한 채 조건 없이 합병을 허용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인수 시 이동통신시장 지배력을 인정하고, 유무선 결합서비스의 한시적 금지나 800㎒ 주파수 로밍 거절 금지 등 강한 시정조치를 내린 공정위가 KT-KTF 거대합병에 별 다른 조건을 붙이지 않은 것은 일관성을 상실한 것이라는 비판도 대두됐다.
반KT진영은 향후 진행될 방통위 심사에 초점을 맞췄다. 반KT진영은 “방통위가 방송·통신시장의 특수성을 감안, 전문가적 관점에서 면밀하게 검토하고 필수설비 분리 등 시장 지배력 전이를 차단하며 경쟁제한적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KT-KTF 합병 쟁점에 대한 공정위 판단과 방통위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