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대한민국은 이미 녹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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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가 아프다. 그래서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해 세계가 결의하고 선진국이 앞장서고 있다. ‘그린’은 이미 세계의 어젠다로 모두가 따라야 할 강력한 법이 돼버렸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모여 산업을 만들고, 너나 할 것 없이 ‘그린산업’ 추종자가 됐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습다. 하나뿐인 지구를 병들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선진국들이기 때문이다. 산업화를 가장 먼저 이루면서 공장 굴뚝의 매연을 하염없이 쏟아버렸던 장본인은 미국과 유럽이다. 그들이 생활의 편의를 위해 만들었던 각종 전자제품이 납과 수은을 배출했다. 냉장고의 프레온 가스도 거침없이 버렸다.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그들이 버린 산업 오염물이 강과 바다, 하늘을 더럽혔다.

 더 웃긴 것은 온실가스를 줄이자고 협약한 교토의정서에 미국은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통틀어 가장 많은 산업폐기물을 쏟아냈던 나라가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산업폐기물을 교묘히 수출까지 했던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전 세계가 모두 비준한 사안을 공약으로 내걸고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상황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세계 최고를 주장하는 미국이지만 환경의식 면에서 어쩌면 ‘개발도상국’보다 못한 수준일지 모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린산업’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그린의 뜻을 헤아리기보다 흐름을 이용해 ‘그린’을 장사의 원천으로 이용하자는 상술은 썩 보기에 좋지 않다. 미래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의중은 알겠지만 ‘도의’를 다하는 모습이 먼저일 게다. 이처럼 미국이 산업의 ‘그린’에는 열을 올리면서 행동의 ‘그린’에 주춤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그린의 속성이 바로 규제기 때문이다. 환경을 지키는 데 규제가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산업은 좋지만 당장 원하는 만큼 온실가스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의정서대로 줄이자면 미국 산업의 성장세는 주춤할 수밖에 없다. 일부 유럽연합 국가의 호들갑(?)도 맥을 같이한다. 미세한 양의 납 검출에 수입을 중단했다.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미세한 양의 납과 물질들이 사람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었다는 연구조사 결과는 없다. 그 정도의 납 함량이 수입을 중단할 만큼 무서운 존재였는지를 생각해 보면 우습다. 그저 구실 좋은 ‘딴지’일 뿐이다. 결국 철조망 같은 환경규제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자는 ‘무역의 벽’이다.

 온 나라가 그린열풍이다. 그린이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모든 산업의 현장이다. 당연히 산업을 주도해야 할 사명이 있다면 그린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그린에 매몰돼 정작 진흥해야 할 산업이 소외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그린’이라는 말 자체가 산업의 수식어뿐만아니라 발전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있다는 우려를 떨치기 힘들다. ‘미래의 그린’보다 진행돼 온 산업이 우선일 때도 있다. 이마저 무시한다면 당장 무얼 먹고살 것인지…. 미래는 미래고 현실은 현실이다.

 오바마의 산업 정책이 그대로 옮겨왔다면, 염치없이 버티는 미국의 현실감(?)도 일부 옮겨와야 한다. 대한민국의 마인드는 이미 미국 이상으로 충분히 녹색이다. 오히려 녹음(綠陰) 다음 다가오는 가을 단풍처럼 ‘알록달록 대한민국’을 그려야 할 때다.

이경우 신성장산업부장@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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