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위기와 함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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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달 동안 미국 대학들을 방문해 교수들과 이야기하며 얻은 결론은 이번 금융위기로 시작된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에서 많이 논의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극히 낙관적인 기대고 경제 저점을 내년에나 가서야 예측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경기침체가 계속됨에 따라 기업도 자연히 경영에 위기감을 느끼게 되고, 실제로 경영이 어려워지거나 악화되는 상황으로 진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위기극복 경영을 위해 구조조정도 생각하게 되고, 일차적으로는 원가절감을 위한 생산성 향상이나 인원감축을 모색하게 되며, 나아가서는 생존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그러나 원가절감이나 인원감축 등은 어느 기업이나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전략이므로 사실상 모두가 똑같은 전략을 가지고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이런 전략은 기업경영을 과거의 연장선에서 오늘이나 내일을 바라보며 똑같은 여건을 가정하고 세우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연장이 오늘이나 내일이 되는 환경에서는 생존전략으로 유효하겠지만, 장기적인 경기침체 아래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설계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롭게 경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 이제부터는 과거의 연장선에서 세워진 전략이 아닌 새로운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한 예로 요사이 환율이 달러당 1500원대로 상승하고, 엔화가 100엔당 800원에서 1500원 이상으로 오름에 따라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인터넷 상거래 몰에 들어와서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원가절감의 전략을 넘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위기극복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과 더불어 기업의 사업 모형은 물론이고, 연구개발에서 생산, 유통 모형까지 전 분야에서 기업의 모습과 경영을 변화시키고 있다. 여기서 정보통신기술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기업경영이 전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기업의 핵심요소인 인력관리에서 연구개발부문까지 이제까지는 회사 내부의 자원에 한정돼 왔다. 그러나 웹2.0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인력만 하더라도 회사 내의 인력만 활용하는 것은 과거의 방식이고, 이제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회사 외부 인력까지 적극 활용해야 하는 환경이 됐다. 마치 위키피디아라는 백과사전이 전 세계 인류 누구든지 참여해 지식을 나누고 백과사전을 만들어 가듯이, 기업경영의 무슨 기능이나 문제든지 내부 인력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을 활용해 해결하려는 경영모델이 돼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 내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누구에게나 물어봐서’ 해결하는 기업경영이 돼야 한다.

 두 번째 사례로 기업의 생산 및 마케팅 기능을 이제까지 회사내부에서 관리하고 수행하는 모델이었다면, 앞으로 기업의 생산과 마케팅도 외부와 연계해 회사 내외의 생산자나 소비자가 필요하면 서로 돕고, 또는 생산과 소비가 자연스럽게 분리돼 진행될 수 있도록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야 하겠다. 즉 제품의 설계에서 생산까지 회사 내의 인력뿐만 아니라 외부의 관련 기업이나 전문가가 참여하고, 소비자까지도 참여하는 생산모형이 돼야 할 것이며, 마케팅 기능도 수집된 정보의 분석에 의거해 집행되는 형태가 돼야 한다. 한 예로 미국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회사는 고객들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지 자료를 분석해 고객의 신용등급을 조정하는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에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지금 우리기업들의 당면 과제다.

 곽수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skwa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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