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 `포괄 보험의 힘’ 삼성전자 피해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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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초 수출보험공사는 삼성전자측에 미국 가전제품 유통그룹 서킷시티에 대한 수출보험 보상한도를 1억6000만달러에서 1억2000만달러로 대폭 낮추겠다고 통보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진 후 주요 해외 바이어에 재무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의 후속 조치였다. 삼성전자는 연초 수보 의견을 받아들였으나, 하반기 들어 한도 상향조정을 요청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날 것이며, 수출물량을 늘려야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1월 11일 서킷시티는 결국 파산 보호 신청을 냈다. 삼성전자의 피해규모는 1억1600만달러에 그쳤다. 수보 보상한도 내였다.

 김석희 수보 성장동력산업부 IT전자팀장은 “리스크관리부에서 주요 바이어를 대상으로 매월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서킷시티 경우 잘나가던 회사지만 서브프라임 사태 터진 이후 재무상태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 한도 조정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수보의 포괄보험이 금융위기발 실물경기 침체기에 빛을 발하고 있다. 포괄보험은 위의 삼성과 서킷시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동일한 수출·입 업체간 거래에 대해 수보가 보상하는 최대한도를 사전에 책정한 상품이다. 해외 바이어와의 수출에 대해 수보가 정한 보상 한도로, 기업입장에서는 리스크 해지가 가능한 범위다.

이 보험은 수보와 수출기업이 각 기업과의 계약에 대해 건별로 협의해 결정한다. 일정 한도내에서는 최대 95%(특약에 따라 결정)까지 보험 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에 수보는 해외 바이어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나선다. 현재는 수입물량 규모가 500만달러 이상인 전세계 450여개 주요 빅바이어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중이다. 특약 후 보상한도는 대개 변하지 않으며 단지 일정 위험기준을 초과하는 징후가 나타났을 때 한도 조정이 취해진다. 기업의 요구와 수보 자체 판단에 따라 보상한도가 상향 조정되기도 한다.

수보는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일정 요건을 충족시 포괄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입요건으로는 신용등급(F급)과 200만달러 이상의 수출실적이다. 대신 포괄보험 경우 개별 수출보험에 비해 보험료 할인과 일괄 수출통지 등 업무상 편의를 제공한다.

 김석희 팀장은 “기업들은 수출실적에만 집중하다 보면 수입업체의 재무상태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보 입장에서는 보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입업체에 대해 수시로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