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가는 `상생`의 길](5)지속적인 제도 연구·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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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사장 윤종용)은 기술자료임치지원센터의 문을 활짝 열었다.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이 일정한 조건으로 서로 합의, 핵심 기술자료를 신뢰성 있는 기간에 보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기술자료임치제도는 대기업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했다. 자금과 인력, 마케팅 등 대부분의 비즈니스 영역에서 대기업과 경쟁하기 힘든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협력해야 하는 중소기업 처지에서는 자사의 기술자료가 유출되지 않을지 하는 우려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달 국내 처음 문을 연 기술자료임치지원센터가 기술자료임치제도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게 됐다.

 기술임치제도는 수·위탁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보호와 대기업의 안정적인 기술사용을 보장하기 위해 상생법 개정을 거쳐 2007년 5월 공포됐다. 정당한 사유 없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행위를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을 전담기관으로 지정한 것이다. 수·위탁 거래 주체의 필요성에 따라 제기된 제도가 2년이 채 안 돼 실질적인 업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상생협력을 위한 제도와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상생 협력 실행을 위해 무엇보다 절실하다. 특히 기업 간 거래 계약 관계는 거래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관련기관이 강제할 수 없다. 상생협력을 실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규제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상생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갖추고 제도 활용 정도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연구가 끊임없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양한 제도가 낳은 성과들=중소기업청이 지난 1995년부터 10년 넘게 추진해 온 ‘싱글PPM’ 제도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데 혁혁한 기여를 하도록 만든 제도다. 싱글 PPM(Parts Per Million)은 불량률이 백만단위 중 한 단위 이하인 것을 뜻하는 말이다.

 싱글PPM 제도를 통해 2007년까지 총 2035개의 중소기업이 품질혁신시스템 구축을 지원받았다. 특히 참여한 기업의 불량률이 1995∼1999년 27.1PPM에서 2000∼2007년 11.6PPM으로 줄어 품질경쟁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납품 불량률도 1995∼1999년 13.4PPM에서 2000∼2007년 5.5PPM으로 줄었다.

 대기업별 협력기업 중 싱글PPM 인증업체도 2007년 말 집계 기준으로 삼성전자 209개, LG전자 184개, 삼성SDI 159개 등으로 대기업과의 협력으로 품질혁신을 이뤄낸 중소기업이 상당수 늘어났다.

 제도가 낳은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기업 퇴직인력 경영자문단(K-SCORE)’ 사업은 경영 전문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사업은 대기업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퇴직 인력을 중소기업 현장에 투입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이 원하는 전문인력을 해당기업 현장에 파견, 정부 지원금 한도 내에서 경영 자문을 수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경영관리 및 경영전략 개선 △중소기업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바이어 연결 등 판로망 강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개선 등의 성과를 낳았다.

 또 납품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대등한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기술정보 교환, 공동 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수탁기업협의회도 10년 이상 운영되면서 대·중소기업 간 원활한 의사소통 및 동등한 교섭력을 형성하는 기반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도급법 개정 등은 아직 숙제=그간 진행돼온 상생 협력 관련 제도 및 인프라가 대·중소기업 협력 기반과 인프라를 다지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납품단가 조정과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는 협력 당사자 간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현안으로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 보호는 기술자료임치제도 도입과 기술자료임치지원센터 개소로 해결의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납품단가 조정은 각 기업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는 사적인 계약관계에서 시장경제 원칙 하에 중소기업이 적절한 납품단가를 보장받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 당사자 간 사적 계약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불문율 때문에 제도 마련이 어렵다.

 현재 하도급계약서에 계약금액조정 방식을 명기하고 조정협의 의무화, 협의 기피 시 하도급분쟁조정협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부처 의견 조율과 입법예고,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법제처 심사 후 차관회의에 상정됐으며 현재 정무위 소위에 올라 3월 국회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수위탁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무료 법률상담 및 분쟁 자율조정 역할을 해주는 ‘수·위탁분쟁조정협의회’ 제도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분쟁이 발생한 수탁기업(중소기업)에 법률자문을 제공,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유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역할 모델을 정립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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