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가전하향(家電下鄕) 기회를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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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정책을 표방한 이후 세계 평균의 세 배인 연 10%의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경제대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또 인민은행의 외환보유고는 2008년 말 기준 1조9500억달러로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이제 세계 경제의 중심은 미국을 벗어나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중국도 고민은 있다. 바로 도시와 농촌 간의 심각한 빈부 격차다. 도농 간 빈부차는 성장 일변도를 지향하며 대도시 중심 정책을 펴온 중국 정부의 해묵은 숙제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베이징은 물론이고 선전, 샤먼 등 대도시는 선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고성장을 구가하지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 1960년대가 연상될 정도로 낙후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농촌 젊은이는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어 농민공으로 살아가며 반면에 시골에는 노인들만이 남아 있다.

 중국도 지난 연말에 몰아닥친 미국발 경기침체를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국가통계국 중국경제경기모니터링중심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올 예상 GDP 성장률은 8%다. 이를 달성하는 관건은 내수 확대를 위한 소비진작에 있다고 한다.

 이 자료에서 류웨이 베이징대학 경제학원장은 “중국 내수시장이 부진한 주된 원인은 도시가 아닌 농촌 소비가 침체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경제 성장률이 8%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고용 불안에 따른 정치·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중국의 경기침체는 우리에게도 남 얘기가 아니다. 우리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 대중국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기준 우리나라는 대중수출 의존도가 24.8%로 아시아에서 1위였으며 일본이 15.6%, 싱가포르·태국 9.7%, 인도네시아가 8.8%로 뒤를 잇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 왔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가전하향(家電下鄕)제를 이달부터 전국으로 확대하는데 우리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 대상 품목으로 선정됐다는 내용이다. 가전하향은 지난 2007년부터 산둥·허난·쓰촨 등 시범지역을 선정, 농촌이 호적인 모든 사람에게 호적 소재지를 막론하고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정부가 13%의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이 범위에는 냉장고·TV·휴대폰·세탁기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제품에는 가전하향 표식이 붙어 원칙적으로 도시민은 살 수 없다.

 이미 두 차례 시범 실시에서 삼성전자의 휴대폰과 세탁기가 선정된 바 있는데 이번 확대 시행에는 삼성뿐 아니라 LG전자 휴대폰과 세탁기도 하이얼 등 중국 업체 사이에 당당히 들었다.

 UN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농촌 인구는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된 지난 20년 동안 불과 1억명이 줄어드는 데 그쳤다. 중국 인구는 약 13억명으로 이 가운데 도시 인구는 2억∼3억명이라고 한다. 매년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중국에서도 대도시 소비를 공략하는 일은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라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 우리 기업의 화두는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생존이다. 가전 업계가 지금까지 견지해온 프리미엄 전략과 함께 10억명에 이르는 중국 농촌 인구를 겨냥한 가전하향이 기업 생존에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때다.

 홍승모 생활산업부장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