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의 시네마 읽기]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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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이 영화에서 주요한 소재로 떠오른 지는 오래됐다. 오션스 일레븐도 그렇고 007시리즈에도 휴대폰을 이용한 에피소드가 많이 나온다. 휴대폰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제품으로 떠올랐다는 방증이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핸드폰(김한민 감독 박용우·엄태웅 주연)’은 여러모로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개봉을 몇 주 앞두고 톱스타 전지현의 휴대폰이 복제 도청된 사실이 알려지며 여자 배우의 사생활이 은밀하게 유출되는 영화 같은 일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된 까닭이다.

 ‘핸드폰’은 연예 매니지먼트사 대표의 휴대폰 분실을 시작으로 여배우의 치명적이고 비밀스러운 사생활 유출을 소재로 한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의 배급을 맡은 회사는 다름아닌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 모든 것이 아귀가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온다. 영화의 주제는 알려졌다시피 ‘휴대폰을 둘러싼 진실’이다. 이 영화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이 ‘눈물’뿐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휴대폰에 많은 진실이 담겨 있다면 말이다. 영화는 그 남자의 사연을 추적하는 데서 출발해 사건에 연류된 여자의 시선에서 멈춘다.

 ‘손에 쥘 수 있을 만큼 작은 전화기. 그 안에 많은 것을 담지 마라! 전부를 잃을 수도 있다’는 영화의 홍보 문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정말 그럴까. 이와 관련해 너무 가는 행동이 덜 간 것보단 낫다는 게 영화 마니아의 판단이다. 영화적인 관점에서 봤을 땐 극도의 긴장감, 극도의 웃음, 극도의 슬픔이 어중간한 타협보다는 의미 있다는 말이다. 영화 핸드폰은 이런 긴장감의 진실에 아주 솔직하다. 감독 및 배우들은 ‘휴대폰 분실’이라는 단순 소재를 120분이 넘는 영화에 담아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여기에서 관건은 사실적인 캐릭터다. 영화는 휴대폰 분실을 둘러싸고 점점 더 뒤틀려가는 사건 전개와 매니저 승민(엄태웅)과 이규(박용우)의 치열한 드라마로 관객의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겨냥한다. 영화의 시놉시스라고 별건 없다. 연예계 밑바닥부터 시작해 오직 성공만을 향해 달려온 매니저 승민. 매일 밤 끊이지 않는 술자리 접대 때문에 사채업자에게서 가족의 신변까지 위협당한다. 그에게 여배우 진아(이세나)는 마지막 희망이자 전부다. 이런 승민에게 억대 CF계약을 목전에 두고 진아의 섹스 동영상을 갖고 있다는 진아의 남자친구 윤호(김남길)가 협박을 해온다. 승민의 휴대폰에 문제의 동영상을 전송하고 돈을 요구하는 윤호.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때마침 승민은 실수로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패닉 상태에 빠진다. 누가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인가.

 이런 종류의 스릴러들은 어느 정도 클리셰(관습)를 가지고 있다. 여러 보이지 않는 위협이 등장하지만 대부분은 허당이다. 이 중 한 개만이 영화를 해결하는 실마리며 사건을 푸는 단서다. 영화 핸드폰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휴대폰 분실 후 지옥 같은 128시간을 겪는 한 남자의 스릴러지만 연쇄 살인범을 쫓는 범죄극도, 분노에 찬 피해자 가족의 복수극도 아니다. 영화가 관심이 있는 곳은 바로 ‘현실적인 일상사’다. 한 해 150만건의 휴대폰 분실이 일어나는 한국에서 당신도 겪을 수 있는 리얼 공감 스토리는 매력적이다. 이런 공감 스토리는 ‘극락도 살인사건’을 만든 김한민 감독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그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휴대폰 분실에 얽힌 실제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밀어붙인다. 마치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예견을 하듯 말이다. 영화에 대한 최종 판단은 관객에게 맡겨야 하지만 특이한 소재의 영화에 어느 정도 보는 맛이 있음은 분명하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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