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인을 찾아서] 윤종윤 애니 ‘겨울연가’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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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오세암’이 가장 권위 있다는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대상)를 받았을 때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성백엽 감독에게 쏟아졌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인 윤종윤을 주목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겨울연가 제작위원회의 윤종윤 프로듀서(38)는 성백엽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춰 배용준·최지우 주연의 드라마 ‘겨울연가’를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프로듀서는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와 콘티를 고민하는 동시에 외주제작 관리와 투자 등 바깥 살림까지 작업 전반을 책임지지만 대중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는 직업이다.

 윤종윤 프로듀서는 “감독이 탑을 쌓는 사람이라면 프로듀서는 그 탑을 어떻게 쌓아야 할지 목적지까지 이끌어 가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기는 지난 5년간 제작사들의 잘못이 크게 작용했다”며 “향후 5년 뒤에도 이 같은 위기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프로듀서의 잘못일 것”이라며 제작에서 프로듀서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프로듀서가 애니메이션을 시작하게 된 것은 집안 내력 때문도 크다. 둘째 형과 형수가 모두 만화가고, 셋째 형과 형수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셋째 형과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 하청 작업을 하는 회사에 입사해 이 분야 경력만 20년이 다 됐다.

 윤 프로듀서는 “셋째 형과 한 회사를 다니는데 한 부서에까지 있기는 싫어서 기획일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의 실력을 인정한 지인이 하청기업을 인수하라는 제의를 했지만, 그는 거절하고 ‘하얀마음 백구’ 제작에 합류했다.

 윤 프로듀서는 이에 대해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고, 내가 한 선택 중 가장 고마운 일”이라고 대답했다.

 이후 그는 ‘하얀마음 백구’ ‘오세암’ 등 수준 높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획·제작을 총괄했고, 이 외에도 10여편의 국내 작품 창작에 참여했다.

 그는 프로듀서를 “사람과의 관계를 조율해 목표 지점으로 나아가게 하는 조타수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향후 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피플 매니지먼트를 꿈꾸고 있다.

 “힘들고, 어렵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이 자신의 체질”이라는 윤종윤 프로듀서. 원작과 다른 매력의 ‘겨울연가’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도 크지만, 그래서 더욱 일하는 게 즐겁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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