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프라는 이미 완벽하다. 단지 ‘탄소배출권’이라는 하나의 상품을 추가할 뿐.”
환경부와 연합전선을 구축한 한국거래소(KRX)의 전략은 명료하지만 그만큼 강력하다. KRX가 가장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강점은 이미 확보된 다양한 거래회원 수와 선물거래소 운용 경험이다. 인프라가 구축된만큼 별도의 비용·절차 없이 곧바로 배출권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05년 유가증권·코스닥·선물의 3개 시장이 통합된 이후, 하루 거래금액만 평균 38조원에 이른다. 거래에 참여하는 투자자 수도 수백만명이다. 조기 시장활성화로 거래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의견이다.
게다가 전 세계 대부분의 탄소배출권 시장이 선물거래소 내부 혹은 관계사에 설치되는 추세도 KRX로서는 유리한 점이다.
유럽 내 탄소배출권 중 90%를 거래하는 ‘유럽기후거래소(ECX)’는 시장운영을 선물거래소인 ‘국제상품선물거래소(ICE)’에 맡기고 있다. 독일의 ‘유럽에너지거래소(EEX)’도 모회사인 ‘파생상품거래소(Eurex)’와 연계거래하고 있다. 아시아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인도 ‘파생상품거래소(MCX)’가 탄소시장을 개설했다.
김인수 KRX 이사는 “세계 탄소시장이 증권·파생상품거래소 및 탄소전문거래소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며 “탄소배출권 대부분이 선물거래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출권거래소 설립을 위한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7년 말부터 ‘탄소시장 개설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환경부와 탄소배출권 거래소 설립 관련 양해각서(MOU)도 교환했다. 해외 거래소들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세계 최대의 파생상품 거래소인 CME·EUREX와 협력, 파생상품 공동거래 사업을 진행하는 등 향후 배출권시장 국제경쟁에 유리한 기반을 다졌다. 이전부터 꾸준한 교류를 이어오던 터라 미래 탄소배출권 거래 관련 협력 증진도 수월하다는 생각이다. KRX 측은 “앞으로도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적극 동참, 탄소 시장 선점에 앞장설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탄소허브 달성을 위해 환경부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김인수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 본부장보(이사)
“동북아시아는 세계 2위의 탄소배출권 수요국인 일본과 세계 1위 공급국인 중국이 있지만 정규거래를 위한 시장조차 개설돼 있지 않습니다. 이때를 틈타 동북아 탄소배출권 허브 시장을 구축해야 합니다.”
KRX 탄소배출권 시장 유치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인수 KRX 파생상품시장 본부장보(이사)는 국내 배출권시장 활성화의 시급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미 수요자와 공급자가 마련된만큼, ‘멍석’을 깔아주기만 하면 거래는 자동으로 이뤄진다는 얘기다. 다만 인근 다른 시장이 주도권을 잡기에 앞서 국내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KRX는 이미 선물시장 거래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조기에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며 “미국·EU 등과 연계거래를 대비해서라도 배출권 거래 시장을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거래자들의 편익을 위해서라도 KRX의 유치가 합리적이라는 게 김 본부장보의 생각이다. 그는 “거래 건수가 많을수록 거래당 비용은 떨어지게 돼 있다”며 “거래 건수에서도 KRX가 가장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보는 “주식·채권·선물·옵션상품을 매일 40조원 가까이 거래하면서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해왔다”고 덧붙였다.
미래 전망도 제시했다. 그는 “외국 탄소거래소와 전략적으로 제휴해 경쟁력 있는 탄소배출권 시장을 가능한 신속히 개설할 예정”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