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역내 자금 유출로 큰 타격을 입은 아시아 각국이 속도전에 돌입했다. 경기가 좀체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보다 과감해진 추가 경기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재정지출 규모는 훨씬 커지고 사회 안정 등에 주력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재정 투입, 거침이 없다’=지난해 4·4분기 1000억위안(약 20조2500억원)의 경기부양 예산을 집행한 중국은 춘제(春節)를 전후해 ‘2차분’을 쏟아 부었다.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2차 지원 금액은 1300억위안(약 26조32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예산은 △서민 주택건설 △농촌 지원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 위생·교육 개선 △ 구조조정 사업 등에 배정된다.
지난해 10월 104억호주달러(약 9조3000억원)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았던 호주 정부는 3개월여 만에 4배 이상 불린 초대형 2차 부양책을 내놓았다. 성장률이 올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호주 정부는 총 420억호주달러(약 37조8000억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대만 정부도 향후 4년간 28만개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7151억대만달러(약 29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28만개의 일자리 창출은 지난해 11월 목표로 잡은 4년간의 일자리 창출 규모보다 8만개 증가한 것이다.
이와 달리 일본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야당으로 인해 10조엔(약 15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총선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아소 다로 총리는 경제회복이 우선이라고 하지만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실업-사회불안, 악순환 차단’=실업사태는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에선 실직한 가장이 일가족을 살해한 후 자살한 사건이 있었으며 중국에선 농촌 출신 4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사업가를 납치하는 일도 있었다.
아시아 각국은 이런 문제로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시아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SOC에 집중해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상황이 녹녹치 않다. 중국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도시지역에서 실직하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귀향한 농민공(농촌 출신의 도시 근로자) 수가 무려 2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회 불안 요인으로 지목될 되고 있다. 일본도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경제를 버텨온 기업들이 무너지면서 대량 해고를 예고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묘수를 내고 있다. 대만 정부는 경기 불황이 심해지고 있는 데 따라 10만명 이상의 실업자를 대학으로 보내 최대 2년간 집중적인 직업 훈련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중국 경제 중심인 상하이시는 감원하기 전 상부기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대상기업은 국유기업만이 아니다. 자본금 1000만달러 이상의 외자기업도 해당된다.
◇아시아 경제, 언제 도약할까=호주의 케빈 러드 총리는 최근 2차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현재의 글로벌 경기침체에는 백약이 무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드 총리의 말처럼 각 국이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아시아 각국 야당들이 정부가 밝히고 있는 정책들에 대해 ‘단기처방’ ‘인기영합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기부양책이 ‘지출안’으로 끝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아시아 경제가 내년 쯤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칸 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각) 선진20개국(G20) 경제성장률 전망 수정 발표 뒤 가진 콘퍼런스에서 “아시아 경제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내년 쯤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 회복이 선결돼야 한다고 전제를 하면서도 “무엇보다 경제 위기 대처를 위해 아시아 각국은 경기부양을 통해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국의 자구 노력을 강조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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