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펀드 1000억 풀어 돈가뭄 해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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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7년 IMF(국제통화기금)가 터졌을 때 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은 일이 자금 확보였다. 12년 만에 다시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자금난으로 휘청거린다. 흑자부도 사태까지 벌어졌다. 조건이 까다로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이 안 된다면 투자라도 받아 자금(실탄)을 확보해야 할 때다. 물론 투자받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이참에 투자를 받으면 신용상태는 물론이고 자금 및 마케팅 능력, 향후 비전까지 한꺼번에 검증받을 수 있어 기업의 가치를 높일 더없이 좋은 기회다. 전국 주요 지자체 및 펀드 운용사가 올해 세워놓은 투자 계획만 1000억원대에 육박한다. 지방기업들이 유치할 만한 지자체의 중소·벤처투자 펀드들을 알아봤다.

◇부산·경남권=부산의 대표적인 펀드는 150억원 규모의 ‘문화콘텐츠펀드 1호’다. 영화·영상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목적으로 지난해 6월 조성됐다.

펀드 운용사인 아시아문화기술투자(ACTI)는 지난해까지 1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등에 2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올해엔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50억원가량을 공격적으로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오는 4월에 300억원 규모의 2호 펀드를 조성 운용할 예정이다. 지난 2006년부터 운용 중인 111억원 규모의 ‘부산벤처투자펀드 3호’는 1호와 2호에 이은 지역 벤처기업 투자를 목적으로 결성된 펀드다. CS토탈 등 3개 기업에 총 44억원을 투자했다.

경남도는 2004년부터 200억원 규모의 ‘청년일자리창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펀드 사업을 벌인다. 지난해 말로 운용이 마무리된 100억원 규모의 ‘경남바이오전용펀드’는 지역 8개 바이오 관련 기업에 74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는 바이오전용 펀드의 운용 성과를 분석한 후 연장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대구·경북권=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 2006년 11월 지자체로는 처음 창투사 1호인 대경창투를 설립했다. 자본금 70억원으로 시작한 대경창투는 설립초기부터 300억원의 ‘희망경제투자조합 1호’를 조성했으며, 지난 2007년 말 200억원의 2호 펀드도 조성해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갔다.

IT와 BT, NT, 메카트로닉스 분야에 집중투자하고 있는 1호 펀드는 300억원 중 13개 기업에 110억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기업은 5개다. 또 신성장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2호 펀드는 총 200억원 중 46억원을 7개 기업(대구경북지역 기업 2개)에 투자했다. 운용 기간이 실질적으로 1년밖에 안 돼 회수하기까지는 앞으로 7년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이들 2개 펀드의 올해 투자 규모는 남아 있는 자금의 50%가량인 170억원대를 계획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올해 희망경제투자조합 3호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모태펀드 66억원과 대구·경북 테크노파크가 각각 30억원씩 출자하게 될 이번 펀드는 지역기업에 총 펀드규모의 40%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충청권=정부 주도로 대전시, 산업은행, 민간 등이 투자한 대덕특구펀드 ‘이노폴리스투자조합’은 2006년 9월 8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아라기술, 아이앤씨테크놀로지 등 18개 업체에 총 350억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올해는 성장 잠재력이 크고 시장성이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3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소재·재료·바이오 등의 기업을 신규로 발굴·투자하는 한편 구조조정 및 M&A 업체도 투자 대상이다.

충북도는 지난해 4월 도내 우수기술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총 250억원 규모의 경제특별도 펀드 1호를 결성, 지금까지 4개 업체에 총 105억원을 투자했다. 업체별로는 바이오기업인 HVLS 40억원을 비롯, 제이엠씨 30억원, 다산네트웍스 25억원, 마이크로폴 10억원 등이다. 현재 디에이치피코리아, 비지텍, 씨엘에스랩, 한국터보기계의 4개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충남도에는 현재 충남벤처투자조합 3호와 충남-경기상생펀드, 경기-충남상생펀드 3개에 총 600억원이 조성돼 올해 230억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세스텍과 콧대 등 지역 벤처기업에 403억원이 투자됐다. 여기에 이르면 오는 5월, 늦어도 12월까지 중기청의 모태펀드를 기반으로 하는 ‘CTP 천안스타기업펀드’가 확정되면 추가로 1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광주·전라권=광주지역 광산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7년 80억원 규모로 결성된 ‘광주전략산업투자조합’은 지금까지 신한포토닉스, 디지큐브와 나이넥스 등 7개 기업에 45억4700만원을 투자했다. 올해 내 나머지 34억5300만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이 펀드는 오는 2012년까지 운용할 예정이다.

또 전북의 부품·소재와 생물산업 업종 투자 펀드인 ‘전북전략산업투자조합’은 110억원이 조성돼 지금까지 스캐니글로벌 1개 업체에 20억원을 투자하고, 현재 전북이전을 추진 중인 2개 업체에 20억원 정도의 투자를 검토 중이다.

조합 운영기관은 광주테크노파크 기업지원부장은 “올해에는 투자에 상한선을 두지 않고 광산업체를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라면서 “2∼3년 후면 투자업체의 코스닥 진출이 예상되는만큼 높은 회수율 및 수익률을 동시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권=지난해 9월 바이오 및 의료기기 중소벤처 투자를 위해 100억원 규모로 조성한 ‘강원 바이오·메디컬펀드’는 지난해 말 20개 업체를 대상으로 투자심사를 벌여 DVR업체인 아트닉스에 1차 5억원을 집행하고, 현재 2차 투자액으로 5억원을 추가 결정해 놓은 상태다. 그 외 업체당 5억∼10억원 규모로 2개 업체 투자를 진행 중이다. 올해 전체 투자 규모는 60억원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유선석 이앤네트웍스 대표는 “1분기 내에 총 30억원가량의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올해 내 투자 목표액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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