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이 어렵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정책자금 중 시설자금 대비 운전자금 지원 비율이 78.5%나 차지했다고 한다. 정부에서 돈을 빌려 시설투자 등 중장기에 대비하는 기업은 21.5%며, 나머지 80%에 가까운 중소기업은 돈을 꿔 설을 쇤 셈이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지난해 12월 정책자금 지원결과를 분석하니 시설자금 대비 운전자금 지원 비율이 89.%나 됐다. 정책자금 신청기업 10개 중 9개가 정부에서 돈을 꿔 직원 월급을 주는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다. 정부는 위기에 몰린 기업을 구하기 위해 올해 운전자금 대출 비율을 지난해 38%에서 60%로 늘려놓았다. 하지만 이미 현장의 체감은 수치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보다 더 냉랭하다.
대기업과 공기업은 구조조정을 내세워 몸집 줄이기를 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뺄 군살조차 없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의 문제다. 중소기업은 선택할 수조차 없이 하나의 제품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연구와 생산, 마케팅 라인도 동일하다. 중소기업 매출은 곧 원자재 납품 대금 지급과 임차료, 직원월급으로 고스란히 들어간다. 중소기업들이 정부 돈을 꿔다 운전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기본 생존방식인 제품 생산과 판매, 투자로 이어지는 순환고리가 깨졌음을 의미한다.
경제연구소들은 우리나라 전체기업 99%, 고용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붕괴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살아남고 도태되는 것이 경제현실이라고 하지만, 수출 기반인 중소기업 붕괴는 대한민국 경제의 존립을 흔들 수 있다. 대규모 토목공사와 녹색뉴딜, 신성장 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 살리기가 급선무다. 중소기업 살리기, 그것은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을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 그게 중소기업 회생의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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