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IT프로젝트·R&D 과제 ‘빛 좋은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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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중견 IT기업의 공공영업 부장. 올해 들어 정부통합전산센터 프로젝트 설명회, 행정안전부 예산조기집행설명회, 우정사업본부 프로젝트 설명회 등 각종 설명회를 빠짐없이 다녔다. 별 다른 소득은 없다. 예산이 그다지 늘어난 것 같지도 않고 각종 프로젝트가 조기에 진행되면서 사전 작업이 없는 기업은 참여하기가 되레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 그는 “기업은 예산 조기 집행에 기대를 많이 했지만 조기 집행을 워낙 강조하다 보니까, 사전규격 등 없이 긴급공고로 게시하는 경향도 있다”며 “사전 작업을 하지 않은 업체는 절대 참여할 수 없는 구조”라고 푸념했다.

 # “지경부 연구개발(R&D) 투자 설명회에 지난해보다 다섯 배나 많은 5000여명이 참석했지만 실제로 정부예산을 지원받는 기업은 제한적입니다. 예산조기집행 대한 부담만 늘었을 뿐 과제 수 자체가 그다지 늘지 않았습니다.” 지식경제부 산하 산업기술평가원의 한 실무자는 구름처럼 몰려드는 기업인에게 혜택을 골고루 주지 못해 걱정이다.

 #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업체의 한 중견 간부. “교과부 디지털교과서 구축이나 행안부 HW 통합 프로젝트는 규모가 커서 어지간하면 입찰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정부가 제시한 가격에 맞추려면 20∼30% 손해를 감수해야 해 포기했습니다.” 환율 상승으로 시스템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지난해 8월 환율을 적용하는 바람에 가격을 맞출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조기발주 의도는 좋지만 시장환경을 무시한 무리한 프로젝트 발주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위축된 경기를 극복하고자 정부가 앞장서 공공 부문 프로젝트와 R&D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려는 움직임이 올해 들어 본격화했지만 일선 기업들에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저기 설명회가 많아도 정작 건질 게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 과제로 투자를 진행하려는 기업과 정부 프로젝트라도 따내자는 기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경쟁만 오히려 치열해졌다. 정부의 설명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기업에 혼란만 준다는 목소리도 높다.

 산업기술평가원이 진행한 지식경제부 원천기술 분야 R&D 투자 설명회에는 5000여명의 대학·연구소·기업 관계자들이 몰렸다. 기업당 한두 명이 참석했다 하더라도 대략 3000개 이상의 대학, 연구소나 기업이 참여한 셈이다. 그런데 올해 신규 과제 수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400여개에 불과하다. 참여 기업 중 10% 남짓한 기업만이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데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지역 설명회를 시작으로 지난 13일부터 지역 순회 설명회를 진행해오고 있는 산업기술평가원은 중소기업청과 지역 설명회 일정이 겹쳐 중소기업청이 급기야 일정을 수정하는 소동도 발생했다. 설명회는 넘쳐나지만 실속을 챙기기는 어렵다는 게 기업들의 현실적인 고민인 셈이다.

 평가원의 한 관계자는 “예년에는 설명회가 썰렁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 걱정이었지만 올해는 예산과 과제가 제한적인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며 “예산 조기집행도 좋지만 한꺼번에 설명회가 몰리는 것도 효율적으로 조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설명회가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명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듣고 수주를 준비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설령 수주를 하더라도 저가 압박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IT 부문 투자 체감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것도 문제다. 한 통신장비업체의 관계자는 “정부에서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실제 업무를 하는 처지에서는 연초에 조금 몰릴 뿐이지 오히려 IT부문 투자 규모는 예전보다 줄어든 것 같다”며 “예년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설명회에 몰리지만 중소기업은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홍기범·김민수기자 kbhong@etnews.co.kr mim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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