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나 꿀벌들은 한 마리로 따지면 지능이 형편없다. 하지만 보잘 것 없는 곤충도 수천, 수만마리가 모이면 꽤 지능 높은 동물처럼 조직적으로 활동한다. 미래사회는 한 사람의 천재보다 집단지성의 힘에 의해서 움직일 것이다.
위키피디아는 일반인이 올린 불완전한 정보를 다른 사용자가 수정하면서 신뢰성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을 완성해 간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여러 네티즌이 답변을 하는 것, 다음카페에서 네티즌이 각자 노하우를 공유하는 사례를 봐도 온라인상의 집단지성은 사회를 움직이는 진정한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 정보사회에서는 전문가로 공인받지 않은 일반인이라도 생활에서 체험한 지식들을 서로 공유하는 과정을 거쳐 가끔 전문가보다 훨씬 우월한 지식을 양산할 수 있다. 집단지성은 기존의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권위적 지식생산체계에 민주적 변화를 가져오는 채널로 주목받기도 한다. 지식인들은 전통적으로 대중에 군림하는 엘리트라는 자의식을 갖고 있었지만 집단지성의 시대에는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집단지성이 각광을 받는 동시에 한계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여러 사람의 지식을 모으는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생산과 유통, 감성적 쏠림현상이 대표적 문제점이다. 머리보다는 가슴이 앞서는 주장이 대중적 지지를 더 받는 사례가 분명히 존재한다.
미국 칼럼니스트 제임스 서로위키는 대중이 얼마나 똑똑한지 설파하면서 집단지성의 한계도 꼬집었다. 그는 ‘대중의 지혜는 개인의 독립성과 다양성, 극단과 감정적 판단을 극복이 확보될 때 얻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조건들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으면 집단지성이 아니라 집단의 우중화로 전락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집단지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서로 협업하는 ‘집합지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집합지성은 급격히 발전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서 과거 개별적, 폐쇄적 공간에서 형성된 전문가 지성이 다른 영역의 전문가 지성들과 협업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나는 한국사회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집합지성이라고 판단한다.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고질적인 지역주의, 학맥 등 패거리문화를 넘어서 새로운 지식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 분야 전문가 집단이 함께 지식을 만드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만 다방면에 걸친 전문가들과 일반인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양질의 집단지성이 사회를 주도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최항섭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