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교과부=교수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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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교수공화국이다.’

 언제부터인가 광화문과 과천 관가에 이런 말이 나돌았다. 교수는 개혁세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로 통했다. 반면에 수십년 공직생활을 한 공무원들은 뽑혀야 할 ‘대못’과 ‘전봇대’가 됐다.

 연구실에서 특정 분야만을 연구하고 실험하던 교수들은 후학양성을 접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 위원회를 장악했다. 3공화국부터 6공화국까지 군인이 대한민국을 장악했다면, 그 이후 교수집단이 혁명세력으로 떠올랐다. 재정부 공무원과 교육공무원을 ‘모피아’ ‘교육마피아’라고 한다면, 정치판에 뛰어든 교수세력들은 새로운 ‘교수마피아’라 부를 만하다.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시작한 인사태풍이 정부부처를 휩쓸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교과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아놓은 ‘대못’이 됐다. 교과부 1, 2차관과 1급 공무원들이 그 대상이 됐다. 우형식 차관과 박종구 차관이 물러났다. 그 자리에 개혁을 주도할 이주호 제1차관과 김중현 제2차관이 스카우트됐다. 청와대발 교과부 ‘개혁 시범 작업’의 시작이다.

들여다보니 심각하다. 청와대엔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과 김창경 과학기술비서관이, 교육과학기술부에는 안병만 장관, 이주호 제1차관, 김중현 제2차관이 포진했다. 교육과학기술계 ‘NO. 1부터 NO. 5까지’ 모두 교수 출신이다. 청와대와 교육과학기술부 모두 대학교수가 점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안병만 장관은 행정학을, 이주호 1차관은 경제학을, 김중현 2차관은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이주호 차관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교육전문가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2004년 당선 이전까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였다. 정진곤 수석은 한양대에서 교육학을, 김창경 과학기술비서관은 같은 학교에서 신소재공학부 교수를 지냈다. 건국 후 52명의 교육관련 장관을 맞았지만 교수 라인이 전체를 장악한 것은 유례가 드문 일이다. ‘교과부 공무원 정년은 1급’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안 장관과 정 수석은 교과부와 청와대 내부에 ‘고립된 섬’이다. 대학교수와 총장 출신인 이들은 교육과 과학기술부문에 대한 행정경험이 전무하다. 이들이 장관과 수석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려면 그를 보좌하고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교육과학기술행정 전문가가 필요하다. 한때 각각 부총리급이었을 만큼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는 규모가 거대하다. 두 개 조직을 통합시킨 매머드급 부처를, 공무원과 산하기관의 이해기반이 복잡한 거대 조직을 추스르며 이명박 정부 개혁작업을 수행하기에는 교수만으로 구성된 현재의 교육과학기술라인은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주호 전 교육과학문화수석의 차관 기용도 같은 함정에 빠져 있다. 그 역시 경제학을 전공한 아웃사이더며, 인수위 시절 간사 경험만으로는 교육과 과학이라는 거대 수레바퀴를 굴리기에는 힘에 부친다.

 교수가 일을 못한다고 편싸움을 하자는 게 아니다. 교수의 본업은 가르치는 일이지, 정부 일을 기획하고, 사람을 모으고,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고, 추진·평가·보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교수가 가장 아름답고 존경스러울 때는 강의실과 연구실에 있을 그 순간이다.

 알베르 티보데는 1927년 출간한 ‘교수공화국’이라는 책에서 교수들이 학문을 멀리한 채 정치세력으로 군림한다고 비난했다. 그 비난은 2009년 ‘교과부=교수부’시대를 맞는 대한민국에 여전히 유효하다.

 

 김상용 경제교육부장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