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클럽]강중협 정부통합전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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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자해지(結者解之). 매듭을 묶은 사람이 푼다.

 강중협 정부통합전산센터장과 통합전산센터의 관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렇다. 강 센터장은 2004년 정보통신부 정보기반보호심의관으로 통합전산센터를 처음 기획했다. 2007년부터는 아예 센터장으로 눌러앉아 지금의 통합센터 밑그림을 그려냈다. 처음에는 하나같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통합센터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했다.

 하지만 그는 전 세계 유례없는 ‘전자정부 IDC’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제 첫 걸음을 뗐다”는 그는 전산자원 통합을 넘어 국가 토털IT 서비스 기관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구상 중이다.

 

 ◇산고 끝에 ‘전자정부 심장부’ 탄생=강 센터장은 지금의 통합전산센터가 있기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처음에는 정부 각 부처가 하나같이 통합센터 설립을 결사 반대했다. 정보통신부에 몸담던 시절, 통합센터 주도권을 놓고 당시 행정자치부와도 대립각을 세웠다.

 “처음 기획은 정부기관의 공통 업무서비스를 한군데 모으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다 경찰청과 같은 규모가 작은 시스템부터 통합하자, 규모가 큰 시스템부터 통합하자, 모두 다 통합하자 이런 식으로 논의가 확대됐죠. 업무 주체도 처음에는 행자부에서 시작해 정통부로 넘어갔다 결국 행안부로 돌아왔으니 정말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강 센터장은 이 같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작년 정부전산자원의 68%를 대전과 광주 통합전산센터로 모은 것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지 전산자원의 위치만 한 곳으로 옮겨 놓았지만, 통합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가 따로따로 자원을 관리할 때에는 거의 방치 수준이라 전기시설 이중화나 네트워크 이중화는 꿈도 못 꿨습니다. 하지만 센터가 들어서면서 월평균 장애 시간이 2004년 67분에서 작년에는 0.28분으로 줄어들었어요. 방화벽도 이중으로 처리하면서 철통보안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는 해외 정부나 기업 관계자들도 심심찮게 통합센터를 찾아 벤치마킹해갈 정도라고 소개했다.

 ◇자원통합 이제부터 본게임=그래도 통합센터는 아직 갈길이 멀다. 강 센터장은 “이제 단순한 물리적 통합을 넘어 얼마나 효율적인 관리하는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통합센터는 ‘인프라 효율화’라는 2단계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효율화의 핵심은 한곳에 모아둔 서버·스토리지 등 전산자원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 ‘그리드 컴퓨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각 부처들은 10이라는 업무를 위해 100 정도의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그것도 부처마다 모두 하나씩 투자하면서 중복투자도 허다했죠. 하나의 서버풀이 만들어지면 부처마다 필요한 만큼 자원을 활용하면 되니까 낭비가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통합센터는 이 같은 서버풀 구축을 거쳐 2012년까지 서버 수를 46% 감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운영경비가 4200억원가량 줄어든다. 신규 서버에 그린IT를 적극 도입, 연간 70억원을 상회하는 전기료도 40억원까지 줄일 방침이다.

 ◇토털 IT서비스 기관으로 도약=강 센터장의 최근 고민은 인프라 통합에서 나아가 전자정부 서비스 통합도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하는지는 인프라와 같은 하드웨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사업이나 서비스의 효율도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 기업에서 CIO가 인프라와 함께 사업 효율화를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정부 각 부처에도 공통업무가 많습니다. 고용정책·교육문제 등은 교육부, 노동부, 행안부 등 모든 부처에서 벌이는 업무입니다. 온라인 민원 서비스도 제각각 따로 서비스하는 때가 많습니다. 이 같은 공통 업무를 잘 연계할 수 있도록 제대로 디자인하면 업무 효율은 물론이고 민원 서비스의 질도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그는 우선 정보화 환경이 열악한 지방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실용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그리고 정부 전체가 점진적으로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업무 환경을 도입할 수 있도록 설득할 작정이다.

“처음 통합센터를 기획할 땐 아무도 개념이 없었습니다. 전산자원을 갖다 놓고 운영할 전문가도 없었어요. 하지만 이젠 적어도 인프라 통합 사업은 거의 궤도에 올랐습니다. 모두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지만 길을 만들었어요. 토털 IT서비스도 우리가 처음 지나가면 새로운 길이 될 것입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강중협 센터장은

 강중협 센터장(53)은 20여년간 옛 정보통신부에서 근무한 ‘IT 전문가’다. 한양대(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전북체신청장, 경북체신청장, 지식정보센터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정보기반보호심의관 시절 정부통합전산센터를 기획했다. 특유의 인화력으로 부하직원들이 믿고 의지하는 ‘맏형’이다. 통합센터를 찾은 외국인들도 강 센터장을 한번 만난 뒤 친구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통합센터장을 맡은 뒤 딱 2년째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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