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갈림길에 선 `군소 TV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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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 거주하는 IT전문가 월터(26)씨는 최근 평판TV 구매 계획을 변경했다.

 당초 군소 TV 브랜드인 ‘비지오’를 고려했지만 베스트바이에서 무려 300∼400달러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소니·삼성전자·파나소닉 제품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결국 그는 LG전자의 LCD TV를 1200달러에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상위 브랜드 TV 제조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으로 군소 브랜드 제품과의 가격 간극이 한층 좁아졌기 때문이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소비 위축과 선두 기업들의 지속적인 가격 할인으로 군소 TV 브랜드들의 운명이 생존의 갈림길에 놓였다고 전했다.

 ◇선두 업체, 시장 지배력 강화=경기 침체로 올해 전세계 TV 매출은 지난해보다 18%나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선발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세계 평판TV 시장에서 상위 5위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였다. 전년 같은 기간의 53%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4분기에도 선두 업체들의 대대적인 연말 쇼핑 시즌 가격 인하가 이어졌다.

 디스플레이서치의 폴 가뇽 북미TV시장 시장조사국장은 “소니나 삼성같은 대형 업체들은 가격 출혈 경쟁에 따른 단기간의 수익성 악화를 견뎌낼 수 있는 체력이 있지만 이는 군소 업체들의 시장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니·삼성전자·파나소닉·샤프·LG전자·도시바 만이 생존할 것이라는게 TV 업계의 예측이다.

 ◇가격·제품 다양성, 매력 상실=무엇보다 군소 브랜드만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가격이 매력을 잃었다.

 베스트바이 온라인 사이트에서 파이어니어와 히타치의 풀HD 50인치 플라스마 TV는 각각 3499달러와 31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유사한 사양의 파나소닉 50인치 평판TV는 1899달러, 소니의 52인치 LCD 모델은 2000달러이다.

 이에 따라 비지오·웨스팅하우스디지털일렉트로닉스·히타치·파이어니어 등은 갈수록 조여오는 가격 압박에 북미 지역 소매점에서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 때 플라즈마TV 시장을 호령하던 히타치와 파이어니어는 북미 지역에서 최근 판매량이 급감했고 이는 부실한 제품 라인업으로 이어져 경쟁력이 점점 약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베스트바이 사이트에서 46개의 평판TV 모델을 진열한 것과 대조적으로 히타치와 파이어니어는 각각 5개 모델을 판매 중이다.

 팀 파머 코스트코 부사장은 “대형 브랜드들이 군소 업체와의 가격 차이를 좁히면서 군소 브랜드들이 받는 압박은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차별화 전략 먹힐까=공룡 업체들의 가격 공세에 군소 업체들은 대량 판매보다 비용 절감과 틈새 시장 공략으로 눈을 돌리면서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해 파이어니어는 자체 디스플레이 평판 패널 생산을 중단하고 파나소닉으로부터 이를 구매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곧 경쟁업체인 샤프의 패널을 채택한 LCD TV를 선보일 계획이다.

 히타치도 파나소닉에 일부 패널 생산을 위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2위군 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한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파이어니어 대변인은 대형 프리미엄 TV로 틈새 시장을 공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 회사는 내달쯤 TV를 포함한 전 사업부에 대한 밑그림을 재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히타치 대변인도 “좀더 비싼 하이엔드 제품에 집중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악화됐지만 TV 사업을 포기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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