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문화콘텐츠는 단연 게임이다. 온라인게임을 시작으로 모바일게임과 비디오게임에 이르기까지 청소년은 다양한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 가운데 안타깝지만 게임 과몰입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청소년의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성적이 떨어지고 가족 간의 대화는 단절된다. 성격도 폐쇄적이고 충동적으로 변한다. 심하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게임의 역기능 사례는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청소년에게 게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콘텐츠다. 오히려 인위적으로 둘 사이를 갈라 놓으려고 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드라마가 삶의 활력소인 성인이 TV를 떼어놓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서 ‘과연 게임은 청소년에게 독(毒)일 수밖에 없는가’라는 중요한 명제가 등장한다. 게임이 청소년과 불가분의 관계라면 오히려 게임의 순기능을 끌어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자신문은 각계각층 전문가들과 실제 청소년들을 심층 취재, 게임을 독에서 약(藥)으로 바꿀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5월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이 발표한 ‘게임 이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여가 시간을 보내는 문화콘텐츠 중 게임이 26%의 비중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TV 시청(24.4%)과 영화(23.4%)가 이었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은 지난 1999년부터 이 조사를 실시해왔는데 게임이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문화콘텐츠 자리에 오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용 빈도는 게임이 다른 문화콘텐츠를 압도한다. 한 달 평균 게임 이용 횟수는 11.7회로 1.9회의 영화나 2.4권의 독서보다 월등히 높았다.
◇청소년 게임 역기능 위험 수위=게임이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문화콘텐츠로 자리를 잡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 특히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역기능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선 게임 과몰입을 들 수 있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이 지난해 국민 1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게임인식 및 소비자의식 실태조사’ 결과, 학부모 50%는 ‘자녀들이 게임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진흥원이 중·고생 9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국내 청소년 12.1%가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게임을 이용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3시간 이상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의 29.1%는 ‘게임을 못 하거나 갑자기 줄이게 되면 초조하고 불안해진다’고 답했다.
적절치 못한 게임 이용도 큰 문제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가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작년 5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 세 명 가운데 한 명꼴로 폭력성과 선정성으로 이용을 금지한 온라인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학교 4∼6학년생 13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33.2%인 453명이 등급제를 지키지 않고 온라인게임을 한다고 대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90%가 넘는 초등학생이 온라인게임을 한다고 응답한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30% 이상이 성인용이나 중고등학생용 게임을 즐긴다고 볼 수 있다.
◇순기능 끌어내는 노력 시작=상황은 심각하지만 변화의 가능성은 있다. 우선 게임 업계의 자정 노력이 속속 나오고 있다.
NHN을 비롯해 많은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자녀가 즐긴 게임 종류와 시간을 부모가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또 회원에 가입할 때 본인확인 조치를 강화하는 등 게임업계의 자정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의 교육적 순기능을 발견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 1학기부터 서울시교육청 산하 발산·우신초등학교, 경기도 교육청 산하 동두천중앙고등학교의 3개교를 연구학교로 지정, 2년간 온라인게임을 정규 학교 교육에 활용하기로 했다.
유병채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과장은 “시범사업 결과, 온라인게임이 학생들의 흥미와 해당 교과목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 매체로 활용될 수 있음이 증명됐다”며 “연구학교 운영은 향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소와 새로운 시장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와 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아울러 부모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청소년들도 게임을 오래하면 나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부모가 이해를 하고 지도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폭력성이나 선정성 지적이 잦은데 길거리에 붙은 광고지에 비해 게임은 차라리 관리가 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장동준 팀장 djjang@etnews.co.kr 김인순 insoon@etnews.co.kr 윤건일 기자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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