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리얼그린비즈니스](1)프롤로그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녹색 뉴딜사업의 재정소요 및 일자리 창출 규모

 최창호 휠코리아 사장. 지난 20년간 3M의 단열·방범용 등 각종 기능성필름을 취급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해 온 그가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건 순전히 미래를 위해서다. 우여곡절 끝에 지하시설이나 북향건물 등 자연 채광이 어려운 공간에 지속적으로 태양광을 쏘이게 하는 채광시스템 기술을 개발했다. 여러 전시회와 대회에 나가 상도 많이 탔다. 그뿐이었다. 돌아오는 건 ‘그래서 실제로 설치된 곳이 어디냐’는 것이다. 이제 막 제품을 개발한 최 사장에게 레퍼런스사이트(실적)가 있을 리 만무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장도 작았다.

 “국내에선 아무리 좋은 녹색 신기술이라도 돈 벌긴 힘들어 보입니다. 오는 3월 두바이에서 열리는 건축전시회를 시작으로 이제 해외에서 꿈을 이뤄볼까 합니다.”

 최근 각종 매스컴이 녹색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연일 쏟아낸다. 하지만 실제로 큰 돈을 벌었다는 업체는 없다. 정부 역시 하루가 멀다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관련 국책 과제를 선보이지만 그림의 떡이다.

 왜일까. 뉴스와 정책에 정작 돈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 1989년 선박부품용 단조공장에서 출발, 지금은 풍력발전기기를 제조하는 A업체 사장은 “지금의 이 녹색 바람이 꼭 10년 전 ‘인터넷’ 열풍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당시 이 업체도 주물 e마켓플레이스를 개설했다. 중소업체로는 흔치 않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뿐이었다. 그로 인해 주물 제작 주문이 늘지도, B2B 인터넷 사업으로 유통비가 크게 줄지도 안았다.

 “지금도 단가 문의는 많지만, 생각보다 구매로까지 이뤄지는 비율은 많지 않습니다. 여전히 일선 업체는 눈치만 보고 있어요.”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36개 녹색사업에 향후 4년간 5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녹색 뉴딜 사업’의 자금이 시장을 펌프질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90년대 말 2000년대 초 인터넷 산업이 활기를 보였을 때 정부는 각종 부흥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시 실제로 돈이 몰린 곳은 일선 산업계가 아닌 증시와 벤처캐피털 시장이었다. 결국 정부의 시책이 돈줄의 흐름을 관련 산업의 동력으로 선순환시키지 못한 채 인터넷 버블이 꺼졌다. 지난 10년간 우리 산업과 경제는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그때의 학습효과를 이제 ‘녹색산업’ 그리고 실질적인 그린비즈니스 실현을 통해 거둘 때다.

◆정책자금에 눈 돌려라

 국토해양부는 태양열온수기나 단열재 등을 적용한 에너지 절약형 집과 사무실을 오는 2012년까지 200만호를 짓는다. 지식경제부는 학교나 관공서 등의 조명 20%를 LED로 교체한다. 태양전지·홈네트워크 등을 집이나 빌딩에 적용한 그린IT 테스트베드도 구축한다. 여기에 투입하는 돈이 총 9조원이다.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 전지·천연가스(CNG) 버스 등 친환경차 보급은 올해에만 3만대로 는다. 오는 2012년이면 6만8100대까지 증가한다. 여기에 필요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용 에너지 저장시스템 개발 등 그린카 독자기술력 확보에도 정부가 지원한다. 태양열뿐만 아니라 지열·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일반 가정으로 확대하는 사업도 정부 돈으로 이뤄진다.

 이들 사업에 향후 4년간 2조원이 풀린다. 여기에 필요한 일자리도 1만5000개가 생길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당장 이달 농림수산식품부 등의 발주가 시작되는 바이오매스 에너지화와 바이오매스 생산기지 구축 사업에도 각각 362억원과 546억원의 정책자금이 연내 집행된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체는 물론이고 생물산업과 바이오·나노 분야 유관 벤처기업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굵직한 사업이다.

 SW와 SI 등 IT업체도 정부의 녹색 뉴딜사업을 자금원으로 활용할 길이 얼마든지 있다. 국토해양부와 지경부가 발주하는 ‘건물에너지통합관리시스템’ 사업이 눈에 띈다. 건물의 종류와 특성별 에너지 소비특성을 파악,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건물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하고 배출저감 정책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추진하는 이 사업에 340억원이 들어간다.

 중앙부처와 각급 지자체가 발주하는 국가공간정보 통합체계 구축사업과 전자문서 활용촉진, 도로 기반 지하시설물 전산화 프로젝트 등도 관심거리다. 올해만 250억원을 투입할 공간정보 구축사업은 서로 다른 시스템상의 정보를 교환하고 활용하는 국가공간정보 기반시스템 개발과 통합DB 구축, 하드웨어 통합 등을 위주로 진행된다.

전자문서 활용촉진이라는 신규 사업도 있다. 내년까지 ‘공공부문 전자문서 활용 촉진’ 사업과 이후 오는 2013년까지 ‘민간부문 전자문서 활용 촉진’ 사업으로 진행된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이들 사업을 통해 전체 319개 공공기관(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이 보유 중인 종이문서가 전자화(스캐닝)돼 공인전자문서보관소에 보관된다.

 도로 기반 지하시설물 전산화 작업을 거쳐 전국 7대 지하시설물의 위치와 속성정보도 모두 전산화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올해만 400억원을 포함, 4년간 총 2199억원이 투입된다.

◆인터뷰/ 김경원 지식경제부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

 “돈이 들어갑니다. 분위기가 들썩거릴 겁니다. 올해부터입니다.”

 김경원 지식경제부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은 당장 상반기에 그린오션 관련 주요 정책 자금이 풀리기 시작하면, 시장에 돈이 유입되고 업계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정책관은 “9대 그린에너지 R&D 투자와 15대 분야의 그린에너지기술 로드맵 프로젝트에 대한 실무작업을 이달 마무리한다”며 “내달 대국민 홍보와 함께 분야별·산업별 프로젝트가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연속과제를 제외한 나머지 프로젝트는 가능하면 ‘신규과제’로 돌려 자금의 집행이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녹색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6개 과제 등 시급히 지출해야 할 사업에만 올해 3304억원이 풀립니다. 이들 사업은 회계연도 개시 전에 예산 배정을 요구, 이르면 이달 집행합니다.”

 통상 보름가량 걸리던 융자사업 대출기간도 10일로 단축했다. 해당 업체에 대한 선급금·착수금 등의 지급도 확대된다. 무엇보다 위법이나 예산낭비가 아닌 한 조기집행에 징계나 문책을 자제, 일선 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김 정책관의 의지다.

 “지난해 큰 길을 열어놨다면, 올해는 사이사이 골목길을 닦아야 할 때”라는 김 정책관은 “시장이 체감하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정책이 속속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주문정팀장 gt@etnews.co.kr 홍기범, 류경동, 양종석, 이동인, 안석현,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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