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스포츠 경기 최초로 승자가 먼저 승부를 포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웃지도 울지도 못할 주인공은 르까프오즈의 손찬웅. e스포츠 리그에서 처음으로 승자가 GG(Good Game 혹은 Give up Game의 준말로 게임 포기를 선언하는 말)를 먼저 선언하는 해프닝으로 주의를 받았다.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바투 스타리그 36강 C조 2차전 3경기에서 손찬웅은 강력한 발업 질럿 공격을 앞세워 주도권을 잡은 뒤 사이오닉 스톰을 동반한 지상군으로 상대방 김재춘의 병력을 제압했다. 해프닝은 자원과 병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가운데 저그의 앞마당을 파괴하고 경기를 마무리하기 직전 발생했다.
이때 손찬웅은 채팅창에 ‘zizi yo’라는 메시지를 먼저 입력하는 실수를 범했고, 이로 인해 경기의 승패 선언이 지연됐다. 현행 협회 규정상 패배를 시인할 때 사용하는 GG 선언이 발생하면 경기가 마무리되는데 손찬웅이 실수로 GG를 먼저 선언하고 만 것.
오형진 한국e스포츠협회 심판은 두 선수의 상황을 확인한 뒤 “손찬웅이 경기를 포기하는 GG를 먼저 선언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작 실수로 발생한 일로 잘못을 시인했고, 상대인 김재춘이 상황이 불리해 패한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손찬웅의 승리로 판정하고 ‘주의’로 징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손찬웅은 “상황 자체가 GG를 받아내기 직전이라서 GG가 곧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드라군이 죽으면서 나는 소리를 채팅 메시지 입력 소리로 착각하고 잘못 들은 것 같다. 그래서 GG를 받은 줄 알고 GG를 쳤는데 확인해 보니 내 메시지만 있어서 당황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데 너그럽게 내 실수에 패배를 인정하고 승복해준 (김)재춘 형에게 고맙다. 규정상 재춘 형이 승복하지 않으면 내가 패배하는 것인데 혹시 그렇게 될까봐 걱정하기도 했다. 재춘 형에게 미안함과 동시에 고마운 마음도 있다”는 심경을 밝혔다.
한편 손찬웅은 GG를 먼저 선언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승리를 거두며 4시즌 연속 스타리그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