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IMF 위기를 맞았을 때 골프여왕 박세리는 LPGA에서 양말을 벗고 물속에서 골프공을 치는 악착같은 모습으로 우승하며 국민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줬다. 이어 펼쳐진 ‘금 모으기’는 전 국민을 하나 되게 만들어 IMF 파고를 넘는 기폭제가 됐다.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또다시 100년에 한 번 볼까말까한 공황에 가까운 경제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희망은 위기에서 솟아나는 샘물처럼 항상 우리 곁에 있는 법. 새해 우리나라는 전국 각지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자력으로 개발한 발사체가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를 향해 발사되고, 대전에서는 국제우주대회(IAC)가 성대하게 치러진다. 또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전 세계 광(光) 기술과 광 관련 제품을 한눈에 조망할 광엑스포가 개최된다. 올해 전남 나로우주센터와 대전, 광주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3대 행사장을 조망해본다.
◇국민 희망 담아 “우주로, 세계로”=지난해 4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는 KAIST의 이소연 박사가 한국인 사상 처음으로 러시아 소유스 로켓을 타고 우주공간으로 향했다. 이 박사를 포함해 우주인 3명을 태운 로켓이 하얀 연기에 휩싸여 우주상공으로 올라가던 당시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유인우주선 선저우 7호 발사 성공으로 대륙 전체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우주유영에 성공한 것. 이 선저우 발사는 전 세계의 이목까지 집중시켰다. 인도도 지난해 10월 무인 달 탐사위성인 ‘찬드리얀 1호’를 발사하며 일약 우주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그만큼 우주기술은 한 국가의 힘이고, 미래인 시대가 됐다.
국내에서는 올 2분기 과학기술위성 2호를 자력으로 발사할 소형위성발사체 ‘KSLV-1’이 지구 상공에 쏘아 올려지는 이벤트가 개최된다. 우주 발사체 개발 기술은 신기술과 전통 및 첨단 기술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국력과 과학기술력의 총화다. 미래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의 초석이기에 세계 각국이 앞다퉈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새해 우리가 성공할 경우 세계에서 아홉 번째 발사체 기술 보유국이 된다.
‘KSLV-1’은 무게 100㎏의 소형위성을 싣고 170톤급 추력으로 지구상공에 쏘아 올릴 예정이다. 발사체 총길이는 33m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한 것 가운데 가장 크다. 우리는 지난 1988년 처음으로 민간 부문에서 로켓 관심을 갖고 ‘KSR-1, 2’ 개발에 성공했다. 또 2002년에는 액체추진로켓인 ‘KSR-3’을 독자기술로 개발해 비행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우주발사체 개발의 초석을 놓은 셈이다.
‘KSLV-1’에는 추진기관 시스템, 유도제어, 구조경량화 등이 모두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다. 다만 국가 간 경쟁으로 보안이 심한 로켓 엔진 기술은 러시아의 힘을 빌려왔다. 그러나 향후 ‘KSLV-2’에서는 독자 모델로 자체 개발된다. ‘KSLV-1’은 최근 러시아에서 공수해온 1단부 액체엔진과 국내에서 개발한 2단 킥모터(고체모터) 인증모델(USUM)과 시험 조립과정을 거쳐 2분기 내 최종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우주 전문가 대전 총집결=오는 10월 대전에서 열리는 ‘2009 국제우주대회(IAC)’는 한국의 우주 항공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는 주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행사로 평가받고 있는 IAC는 2006년 10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국제우주연맹(IAF) 총회에서 대전시가 경쟁국가를 제치고 개최권을 획득했다.
이 행사가 주목받는 것은 중장기 파급 효과가 다른 어느 행사보다도 크다는 점 때문이다.
대전발전연구원에 따르면 IAC로 470억원의 생산 파급 효과와 1400여명의 고용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유일의 항공우주 전문 연구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대덕특구의 연구성과가 상품화되는 등 우주 관련 산업의 파생 효과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우리 청소년들에게 우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계기가 돼 미래의 우주인, 우주과학자 탄생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 60개국 3000여명의 관계자가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행사를 준비하는 대전시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국비 30억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대전시는 추가로 후원 및 전시부스관 유치 등을 통해 60억원의 자금을 조성, 전문성과 대중성을 혼합한 역대 최고의 대회로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학술회의는 물론이고 전시회와 우주 페스티벌, 사교 문화행사 등이 어우러진 명실상부한 국제 우주 행사로 치를 계획이다.
행사 참여 의사를 밝힌 곳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항공우주국(NASA), 영국국립우주센터(BNSC), 일본우주청(JAXA), 이탈리아우주구(ASI) 등 우주기술 선진국 정부기관을 비롯한 록히드 마틴, 보잉, 구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도 대거 참여 및 후원 의사를 밝혀왔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말 영국에서 열렸던 IAC에서는 차기 개최지인 대한민국 대전을 소개하는 ‘프로모션 한국의 밤’에 1000여명 이상의 관계자가 참석해 높은 관심과 참여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카이(KAI), 아태위성산업, 쎄트렉아이, 두원중공업 등 항공우주관련 기업이 전시회 참가를 확정지었으며, 이 중 쎄트렉아이와 아태위성산업은 공식 후원사 참가를 약속했다. 대전시는 이와 함께 삼성전자, 한화, 대한항공,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공식 후원사 참가 제안 및 유치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최흥식 IAC 2009 대전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우주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 IAC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조만간 행사 분야별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빛의 세계 광엑스포 열려=오는 10월 ‘빛고을’ 광주에서 빛(光)의 모든 것을 체험하고 만끽할 수 있게 된다.
광통신기기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 광산업 제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2009 세계광엑스포’가 10월 9일부터 11월 5일까지 28일간 광주 서구 상무시민공원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것. 총 사업비만 300억원이 투입된다. 광 관련 엑스포가 국내에서 개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150개 기업과 해외 50개 기업 등 모두 2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해 광 관련 최첨단 제품을 모두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기회로 광주시는 세계 광 선진도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주제도 ‘미래를 여는 빛(Light, opening the future)’이다. 행사는 크게 주제전시·산업전시·콘퍼런스·빛의 축제 등으로 꾸며진다. 주제전시는 상무시민공원에 파빌리온(전시관)이 건립돼 빛을 활용한 교육·체험의 장이 마련된다. 전시관은 △우주와 빛의 기원, 빛 에너지의 가능성 등을 입체영상으로 관람하는 ‘3차원 주제 영상관’ △재미있는 빛의 과학원리를 체험하는 ‘빛 과학 체험관’ △우주를 이해하고 우주 속 광기술을 이해하는 ‘빛우주누리관’ 등으로 꾸려진다.
산업전시회는 4개가 열릴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국제광산업전시회가 예년보다 2∼3배 확대돼 열리고 LED와 조명산업의 기술동향 및 전망을 살펴볼 수 있는 ‘광반도체 페어(SSL Fair) 2009’도 예정돼 있다. 이미 12개 행사개최가 확정된 콘퍼런스 중에서는 세계 55개 국가의 빛의 도시가 참여하는 ‘국제 빛의 도시연합(LUCI) 2009년 연차총회’가 열린다. 또 국제광산업협회(ICOIA) 총회와 국제광기술콘퍼런스(IPTC), LED반도체조명학회콘퍼런스 등도 개최돼 광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고 국제 간 공동 협력도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광주시는 이번 엑스포로 3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4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홍진태 광주세계광엑스포 사무총장은 “광주세계광엑스포는 빛을 소재로 한 세계 최초의 행사로 그동안 추진해온 광주 광산업의 성과를 대내외에 알리고 광주 광 산업의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신선미기자 hbpark@etnews.co.kr,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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