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경영 이렇게]상생협력- 부품소재 경쟁력 `파트너십`이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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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위기 상황일수록 상생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기업 비즈니스 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발 금융 위기는 ‘제2의 대공황’ 도래에 대한 불안감을 쉽게 떨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에 내로라하는 인텔·도요타 등 글로벌기업은 내부 기술과 역량만으로 성장동력을 만들기보다는 협력업체와 상생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상생경영으로 서로의 생존과 발전의 기반을 다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초 거품 붕괴 후 10년 동안의 장기 불황을 탈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긴밀한 상생경영이 있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장기 협력 관계를 구축,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일본 정부는 1980년대 이후 지속적인 부품·소재산업 육성책을 펼쳐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탄생하게 했다. 중소기업이 일본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부품·소재 수입의 부메랑 효과=인텔은 40년 동안 딱 두 번의 위기를 맞았다. 그중 하나가 메모리 반도체사업을 접고 마이크로 프로세서로 사업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인텔이 메모리 반도체사업을 포기한 배경은 주요 반도체 장비를 내국에서 조달하지 못하고 일본 기업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일본 반도체기업이 도시바 등 자국 기업에 저렴한 단가에 납품하고 공급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돼 메모리사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산업도 핵심인 전공정 장비가 취약하다. TEL 등 일본 장비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삼성전자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20%에 훨씬 못 미친다. 게다가 후공정 장비가 국산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해온 반도체도 일본 기술이 없으면 단번에 무너져 내릴 수 있는 나약한 기반에 서 있는 셈이다. 요즘 같은 엔화강세 현상 앞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해야 한다.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기업이 엔화 강세 현상으로 투자를 꺼리고 있어 일본 기업의 전공정 장비 응찰 시점만을 눈 빠지게 기다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소형화 및 폴더 바람이 불면서 2003년 전후 휴대폰에 연성 PCB를 도입했을 때 그 혜택은 일본 기업들이 고스란히 가져갔다.

 연성 PCB의 소재인 연성동박적층원판(FCCL)은 일본의 신일본제철화학·미쓰이 등이 시장을 주도했고, FCCL의 원료인 폴리이미드(PI)는 카네카·듀폰 등이 독점했다. 당시 신일본제철화학이 증설을 늦춘 탓에 FCCL 품귀 현상이 빚어졌고 삼성전자·LG전자 구매부서는 FCCL 물량 확보가 지상과제였다.

 편광필름의 원료인 TAC필름·PVA필름 등도 스미토모화학 등에 의존하고 있다. 유리판은 일본 아사히글라스·니혼덴키글라·미국 코닝, 액정은 일본 칫소·독일 머크 등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끄는 터치폰의 핵심 소재인 투명전도막(ITO)도 일본에서 주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소재 원료 및 소재 수급 상황에 따라 국산 부품·세트가 생산 차질을 빚는 등 우리나라는 첨단 IT 제품을 만들수록 대외 변수는 더욱 커지고 있는 게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현실인 것이다. 한국의 IT산업 금자탑은 일본 기술의 토대에서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생협력만이 유일한 위기 탈출구=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은 2007년 생산 420조원, 수출 1682억달러, 무역수지 364억달러를 달성했다. 2001년 제조업 대비 생산 비중이 39.3%에서 42.4%로 높아지면서 부품·소재산업이 제조업의 근간으로 자리 매김했다.

 2001년 이후 부품·소재 분야의 무역 흑자 폭은 점차 증가, 2006년부터 부품·소재 무역 흑자 규모가 전 산업 무역 흑자 규모의 2배 이상을 넘기 시작했다. 이는 대·중소기업의 혁신적 노력과 1차 부품·소재 발전 기본계획(MCT2010)에 의해 지난 5년 동안 추진해온 정책 성과 덕분이다. 2001년 대비 2006년 부품·소재산업은 △기술 역량(31%) △산업 구조(23%) △시장 수요(18%) △산업 생산성(4%) 등 순으로 부품소재 경쟁력 요인이 개선됐다.

 그렇지만 무역 흑자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대일 무역 적자는 지속될 뿐더러 되레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부품·소재가 ‘일본 앞에만 서면 유별나게 작아지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새해 불황을 극복하고 지속 성장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력으로 핵심 부품·소재를 시급하게 국산화해야 한다.

 부품·소재·장비 관련 핵심 기술 취약은 IT산업 코리아의 입지를 단박에 흔들 수 있다. 상생협력과 위기 탈출은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고객으로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삼성전기는 일본 수입 부품·소재를 협력업체와의 상생 활동을 통해 조심스럽게 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공급 중인 핵심 부품·소재를 국산화한다는 사실이 일본 기업에 알려지면 거래 중지 당할 수 있기 때문. 일본 기업 측에서 삼성전기는 한마디로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주요 부품·소재를 일본 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겉으론 ‘갑’ 위치에 있지만 실상은 ‘을’ 처지에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2004년부터 올해 95개 협력기업에 28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 결과 협력사당 평균 거래 금액이 2004년 15억원에서 올해 33억원으로 2.2배 증가했다. 특히 컨설팅 업무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공정 합리화·품질 개선·공장 관리 등 전문 컨설팅 능력을 갖춘 18명의 직원을 협력업체에 파견, 경영·제조·원가·품질의 4개 분야별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 경쟁력 향상을 돕고 있다.

 김성진 지식경제부 부품소재과장은 “소재산업에 비해 부품산업의 경쟁력 개선 정도가 19%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며 “소재·부품 분야에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최근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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