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내각의 특징은 포용과 전문성으로 압축된다. 링컨을 롤 모델로 표방해온 오바마는 공언대로 내각 인선에서 경선 라이벌은 물론이고 공화당 인사까지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 또 나이와 성별이 아닌 경험과 능력을 중시한 초당적인 인사 탕평책을 선보여 ‘무지개 인사’를 실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균형’과 ‘화합’이 강조돼 정책의 지향성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제정책 방향은=지난해 오바마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전 세계는 보호무역의 역풍을 우려했다. 실제로 오바마는 여러 차례 자국 산업 보호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선 면면에서 차기 행정부에는 자유무역을 강조해온 인물이 다수 포함됐다.
먼저 미국의 대외 무역을 총괄하는 무역대표부(USTR)를 이끌 론 커크 내정자. 커크 내정자는 댈러스 시장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TFA)에서 미국이 얻게 될 이득을 강조하는 등 자유무역주의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또 중국과의 무역을 강조하는 등 자유무역을 진흥하기 위한 활동을 해왔다.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내정자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내정자 등도 자유무역을 주장한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의 영향을 받아온 인물로 자유무역 기조의 경제정책에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키 캔터 전 무역대표부 대표는 “오바마 차기 대통령은 자유무역정책을 계속 추구할 것이 분명하다”며 “그러나 양자 자유무역협정에는 계속 반대하면서 도하라운드, 중남미 국가와의 지역자유무역협정 등은 강력하게 밀어붙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학 우대”=오바마 당선인은 하버드대 교수인 존 홀드런을 과학기술보좌관에, 오리건주립대 교수인 제인 루브첸코를 국립해양대기청(NOAA) 청장에 각각 내정했다. 또 대통령의 과학기술자문가협의회(CAST) 공동의장에 홀드런 교수를 포함해 노벨상 수상자인 해럴드 바머스 전 국립보건원(NIH) 원장, 인간게놈 연구 전문가인 에릭 랜더 MIT 교수를 함께 지명했다.
이들 가운데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장, 과학기술보좌관 임무를 함께 수행하게 되는 홀드런 교수와 해양과 대기 연구와 미 연방정부의 지구온난화 연구를 대부분 관장하는 NOAA 청장에 내정된 루브첸코 교수는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누구보다 강력한 정부의 대응을 촉구해온 대표적인 기후변화 전문가들이다.
홀드런 교수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왔고 지속 가능한 개발정책에 중점을 둔 정책을 수행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루브첸코 교수는 환경과 해양생태 과학자로 인간과 환경, 생물학적 다양성, 기후변화, 지속 가능한 과학, 해양생물 생태계 보존, 바다와 지구 등을 주제로 광범위한 연구를 하면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역설해온 인물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금지 의무화 등에 정치적인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부시 행정부 시절과는 달리, 이 부문에서 강력한 규제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당선인은 “우리는 다시 한번 과학을 정책 의제에서 가장 우선해 미국을 과학과 기술에서 세계 1위 자리에 올려 놓아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무지개 인사에 대한 우려도=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내각 주류가 실용주의 성향의 중도파 위주로 채워져 핵심 의제들에 대한 시각이 분명치 않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당선자의 첫 조각이 자칫 내각의 정치적 지향성을 상실한 채 정책의 방향 감각도 잃게 만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시 대통령의 자문관으로 일했던 피터 웨너는 “정치적 철학에 뿌리를 두지 않으면 흔들리기 쉬워지고 자칫 잘못하면 특정 집단에만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타 특징=인선 제1의 코드는 경험과 전문성이다. 전·현직 관료, 의원, 주지사 출신이 내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관료 출신은 티모시 가이트너(재무장관), 에릭 홀더(법무), 수전 라이스(주유엔 미국대사), 리사 잭슨(환경보호국장), 로버트 게이츠(국방) 등이다. 상원의원 출신은 힐러리 클린턴(국무), 켄 살라자르(내무), 톰 대슐(보건) 세 명이다. 현역 하원의원은 램 이매뉴얼(백악관 비서실장), 레이 라후드(교통), 힐다 솔리스(노동) 세 명이며, 빌 리처드슨(상무), 재닛 나폴리타노(국토안보)는 주지사다.
인종과 당을 가리지 않은 것도 특징인데 흑인은 홀더, 커크, 라이스, 잭슨 등 4명이며 리처드슨, 살라자르, 솔리스는 히스패닉계다.
평소 링컨을 존경한다고 밝힌 오바마 당선인이 링컨식 포용 정치를 벤치마킹했다는 평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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