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여성벤처에서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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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이 어렵다고 말을 하지만 그렇다고 움츠러들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래도 한국 경제의 희망은 벤처·중소기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힘차게 뜁시다.”

 12월 한 달 동안 열렸던 벤처협회(10일)·이노비즈협회(16일)·여성벤처협회(18일) 등 3대 혁신형 중소기업협회 송년의 밤 행사에서 나왔던 격려사들의 공통 주제였다.

 사실 송년의 밤은 지나간 한 해를 회고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다짐하는 자리다. 그러나 올 송년회는 예년과 달리 전 세계 경제 침체와 이에 따른 국내 경기 동반 침체로 참석한 CEO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테이블마다 참석자들은 새해 사업 전망을 얘기하면서도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런데 한 여성 CEO의 각오가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글쎄요. IMF도 이겨낸 우리인데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이럴 때 연구개발 투자를 더 하려고 합니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습니까. 어둠의 긴 터널이 끝나면 밝은 길이 반드시 열릴 것이라는 믿음으로 나가야지요.”

 이 여성 CEO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여성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벤처입니다. 남성 CEO가 중후장대형 사업에 강점이 있다면 여성 CEO는 섬세함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SW)나 게임, 번역 등 틈새 분야를 공략하면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지난달 10일 여성벤처협회 출범 10년을 맞아 열린 좌담회에서 배희숙 회장은 향후 여성벤처 10년의 청사진으로 여성벤처 3000개 육성, 매출 30조원 달성을 제시한 바 있다. 또 현재 3개뿐인 매출 1000억클럽 업체를 100개로 늘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지난 10월 말부터 전자신문에 연재됐던 ‘여성벤처서 희망을 본다’ 시리즈에 등장한 6개의 여성벤처는 모두 섬세함을 무기로 각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었다. 실제로 만나본 이들 여성 CEO는 하나같이 여성이라는 편견과 약점을 딛고 사업을 일궈 왔기에 웬만한 어려움에는 오히려 남성 CEO보다 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모두 다 불황이라고 한다. 불황 앞에 남성과 여성이 다를 수 없다. 그러나 불황을 맞는 자세에서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 특히 오랜 남성 중심사회에서 창업을 하고 사업을 해오면서 겪어야 했던 편견과 불평등을 헤쳐온 이 시대 여성 CEO는 이미 절반은 단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지식기반사회다. 이럴 때일수록 여성 기업이 각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행히 정부가 지식기반서비스 산업에 적극 나서 여성 기업 창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우리나라 여성벤처기업은 755개가 등록돼 있다. 2003년 이후 매년 3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체 벤처기업(1만4197개사)의 5.3%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 여성기업가들이 910만개의 기업을 경영하고 있고, 그들이 이끄는 기업의 매출 규모도 약 3조6000만달러에 이른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여성 벤처 창업 활성화는 관련 협회의 노력만으로로는 안 된다. 진입장벽 완화, 정부 발주사업의 여성기업 할당제, 여성기업 전문 인큐베이터제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밖의 날씨보다 마음이 더 추운 겨울이다. 얼마 남지 않은 새해. 강인함과 섬세함으로 무장한 여성벤처기업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홍승모 부장 sm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