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하로는 안 된다. 공장을 멈춰라.’
소비 심리 위축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서는 아예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PC, 휴대폰, 평판TV 등 각 분야 애널리스트의 의견을 종합해 이같이 전달했다.
◇IT 전 분야로 확산되는 과잉 공급 문제= 올 초만 해도 과잉 공급과 가격 급락은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의 문제였다. 이제는 PC, 휴대폰, 평판TV 등 완제품 분야도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소비자가 꼭 필요한 제품을 제외하고는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분기 PC업계의 재고량은 두 자릿수 퍼센트포인트 이상으로 오를 전망이다. 소비자는300달러짜리 저가형 PC나 노트북PC만 찾는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가인 애플의 데스크톱PC ‘아이맥’은 직격탄을 맞았다. 샤우 우 카우프만 브러더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12월 아이맥 판매량은 작년 대비 9%나 줄었다. IDC는 “PC 시장 성장률(대수 기준)을 작년 대비 13.2%에서 5%로 낮춘다”고 밝혔다.
내년 초에는 휴대폰 공급 과잉 문제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오프 브라벨 CCS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올 4분기 많은 휴대폰업체가 올 초 세운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물량을 밀어냈다”면서 “이 물량이 새해 1분기 휴대폰 판매 대수 감소분의 2%나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판TV도 새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평판 TV 매출은 올해 244억달러에서 새해 218억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브라운관TV를 포함한 전체 TV 시장규모는 올해 322억달러에서 새해 279억달러로 무려 13.3%나 주저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리드히 파텔 아이서플라이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TV업계는 8주어치 재고를 유지하는 것이 보통이었다”면서 “지금은 워낙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4∼5주분 재고만을 유지하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가격 인하, 재고 처분에 별 효과 없어= 특히 과잉공급 문제는 가격 인하 입력과 각종 비용 추가로 이어진다. 랜디 기우스토 IDC 애널리스트는 “PC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선보였던 ‘특별판매가’가 새해 2분기네는 보통 팔리는 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유통사는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제조업체에 다시 물건을 넘기거나 보상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재고는 생산업체의 이중삼중의 고통을 요구한다.
베이커 NPD그룹 애널리스트는 “현재 상황에서는 가격인하로 재고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자동차 업계처럼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매 자체가 실종된 최악의 경기 상황에서는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아예 생산을 멈추는 것이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막고,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샌디스크 등 공장 중단 잇단 선언= 실제로 IT 부품 업체 위주로 공장 가동 중단을 선언한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메모리카드 및 스토리지 드라이브 제조업체 샌디스크는 지난 15일부터 새해 1월 12일까지 일본 2개 공장 가동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총 생산능력의 70%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웨스턴디지털은 약 10일간 대부분의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 20일부터 새해 1일까지 생산직 직원을 장기 휴가 보내는 방법을 사용했다. 태국 공장은 폐쇄하기로 했고, 말레이시아 공장은 아예 매각 처분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HDD 생산량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24일부터 새해 1월 4일까지 공장 가동률을 최소로 유지하면서 근로자들이 장기 휴무를 한다. 삼성SDI도 충남 천안공장과 울산공장 일부 생산라인이 지난 19일부터 가동을 멈춰 다음달 4일까지 선별적인 휴무가 계속된다. 세계 최대 IT 제품 위탁 제조업체 대만 혼하이는 대만과 중국의 대규모 감원과 함께 공장 중단에 나섰다. 혼하이는 헝가리 공장에서 1500명을 감원했으며, 중국 공장에서도 수천명에 이르는 감원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혼하이 PCB 공장 가동은 짧게는 2주 길게는 넉 달까지 중단할 계획이다. 궈타이밍 혼하이 회장은 “경제 위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3배 이상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감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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