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T서비스·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HW) 산업 분야는 신 정부 출범에 따른 기조 변경과 하반기 본격화된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로 어느해 보다도 힘든 한해였다.
정책 담당 부처가 정보통신부에서 지식경제부로 이관되면서 SW 정책부서는 국 조직에서 과 조직으로 축소됐다. 상반기에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SW산업진흥법은 SW산업 선진화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자격증을 기준으로 하는 ‘SW기술자 신고제도’ ‘하도급 승인제’ 등은 업계에서 논란을 촉발시켜 실제로 입법화되는 데는 6개월 가까이 소요됐다.
최근 발표된 SW산업 육성 방안에 ‘입찰참여 하한금액 상향조정’ ‘ISP와 본사업 분리’ 등도 대형 IT서비스 기업과 중견 IT서비스 기업간의 이해 관계가 맞물리면서 여전히 문제가 잠복돼 있다는 평가다.
IT서비스 업계는 빅 3의 고성장과 롯데정보통신, 아시아나IDT, 동양시스템즈 등 일부 중견기업들의 약진이 돋보였지만 적지 않은 기업들은 공공기관 10% 예산 절감 방침에 따른 시장 위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빅3는 올해 해외 수주가 많게는 100배 이상 증가하면서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린 한해로 평가된다. SW업계는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창업자의 대표이사 취임, 안영경 핸디소프트 고문의 회장 복귀, 안철수 의장 귀국 등으로 관심을 끌었으나 스타급 CEO도 경제 침체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힘에 부친 모습이 역력하다.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티맥스소프트의 국산 OS와 핵심 기간계 시장에 진입한 알티베이스, 티맥스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퀄컴의 차세대 단말기 칩에 채택되기로 한 한컴의 ‘싱크프리’ 등이 올해의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사건 사고도 적지 않았다. 스페인의 차트프로그램 개발업체인 스티마의 불법 복제 사건이 개발기업에서 중간 사용자인 IT서비스 업체까지 파급되면서 불법 복제의 책임 소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백종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은 횡령, 배임혐의로 구속돼 구설수에 올랐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에도 대표 교체가 꼬리를 이었다. 상반기에 한국후지쯔, 한국넷앱 등의 대표가 교체됐고 하반기 들어서는 SAP코리아,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한국테라데이터, 한국오라클 등의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 국내 법인 대표가 잇달아 교체됐다.
또 한국오라클, SAP코리아 등이 유지보수료를 대폭적으로 인상, 국내 기업에 부담을 더욱 크게 지우고 있다. 윈도XP 단종에 따른 혼란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용체계(OS) 변화때마다 발생하는 연례행사지만 올해는 기업들의 반발이 어느때보다도 심각했다.
서버·스토리지를 비롯한 하드웨어(HW) 업계는 전반적인 수요 위축 속에 하반기 이후 원달러 환율 급등이라는 악재가 더해지면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산업 특성상 외국계 업체가 주를 이루다 보니 환율 급등이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고, 이를 국내 고객에게 전달하는 유통업계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시장 측면에서는 서버 부문은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할 것으로 보이고, 스토리지 부문은 6%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나마 금융권 차세대시스템사업과 대형 제조업체의 글로벌 ERP 통합 사업 등에 힘입어 유닉스서버와 대형 스토리지 수요가 늘어난 것이 시장의 버팀목이 됐다.
예기치 못한 악재도 나타났다. 올 초 한국HP는 유통협력사의 납품비리로 인해 전직 임원과 협력사 관계자가 구속되는 등 구설수에 올랐다.
<유형준·이호준·문보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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