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실업 해결은 숫자맞추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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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 경제 주체들은 토목건설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 경제개발의 주역이기도 하고 ‘중동 건설’로 외화벌이의 첨병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는 국민 대부분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작으로 평가되는 대표적인 토목사업이었다. 대부분의 국가는 예나 지금이나 경제난과 실업률이 높으면 대규모 토목공사로 경제 활성화를 꾀해왔다. 대표적인 게 미국 대공황 때 실시한 테네시강유역개발계획(TVA) 사업이다. TVA는 홍수를 조절하고 막대한 전력을 생산해 값싼 전기로 침체한 미국 경기를 되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과거뿐만이 아니다.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50년대 고속도로 건설과 같은 대규모의 토목공사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최근 침체된 내수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철도 확충사업에 나섰다. 내수를 진작하는 데 토목건설만한 게 없는 듯하다.

 이에 뒤질세라 현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5년간 100조원의 돈을 쏟아 붓는다고 한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목표다. 일부에서는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한 전초작업이라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반면에 정책을 실행하려는 측에선 죽어가는 강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강을 살리는 ‘녹색 뉴딜’이라고 맞서고 있다. 진의야 어떻든 4대강 정비사업은 고용 창출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사업의 내용 자체가 엄청난 노동력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용의 편향성과 질’이다. 토목건설이 산업의 종합예술이란 것은 부인하지 않지만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무래도 강조되는 분야가 있고, 다소 소홀할 수밖에 없는 분야가 있다. 지난 10년간 IMF 극복의 주역이었던 IT는 ‘토목 뉴딜’에서 결코 주역일 수 없다. 수출의 첨병인 반도체와 휴대폰 등 세계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은 토목산업에 끼여들 여지가 별로 없다.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해 양성한 전문인력 역시 ‘4대강 정비사업’에서 목소리를 높일 처지가 못된다. 대대적 구조조정을 맞고 있는 금융권 인력 또한 토목건설의 메이저일 수 없다.

 결국 4대강 정비사업은 고용에서 토목건설 산업에 대한 배려(?)의 성격이 너무 짙다. 실업상태의 타 산업 분야 종사자들은 건설산업의 변두리일 뿐이다. 건설현장의 일용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경험도 없어 제대로 취직이나 시켜줄지 의문이다. “IT·금융 분야에서 실력자였으니, 공사판에서 십장이나 하라”고 할 리는 더욱 만무하다. 게다가 고학력 청년실업자들을 막노동판에서 삽질이나 하라고 내몬다면 ‘토목 뉴딜’에 박수 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허리띠를 졸라가며 인재를 양성한 것은 좀 더 우아하게, 잘살아보자고 했던 것이다. 지난 10년간 신성장동력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IT 인재 양성은 건설현장 ‘삽질 인력’ 보충용이 아니다. 산업 고도화를 위한 지난 10년간의 노력이 하천 정리사업에 매몰되는 것은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은 21세기에 살고 있는데 정권은 20세기 말에서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건설에 내몰린 ‘백만 일자리 창출’을 홍복에 겨워 감지덕지할 국민이 몇이나 될지…. 밀어붙이기식 숫자 맞추기를 정권의 치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실업 해결은 요원할 뿐이다.

이경우부장@전자신문,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