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氣를 살리자]­(7)시장을 간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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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97년 4월 1일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은 시내전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100여년간 지속된 한국통신(현 KT)의 시내전화 독점시대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이어 2004년 10월 1일 데이콤(현 LG데이콤)이 시범서비스를 시작으로 시내전화 시장에 합류했다.

 신규 사업자 진입을 통한 ‘시내전화 경쟁정책’을 전개해 서비스 대중화를 실현하고 요금인하 효과로 소비자의 이익이 극대화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업자 간 투자 경쟁을 통한 서비스 품질 제고 역시 소비자의 수혜로 평가된다.

 경쟁체제 도입 이후 10여년이 지났지만 지난 1999년 시내전화 가입자 통계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KT의 시내전화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90% 수준에 이르고 있다.

 2008년 10월 말 기준으로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의 시내전화 시장점유율은 각각 8.7%와 1.4%에 불과하다.

 시내전화 경쟁체제 도입 이후 사실상 ‘불변’에 가까운 3개 사업자 간 시장점유율 분포는 후발사업자에 대한 우호적인 ‘비대칭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기득권’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자간 경쟁 구도 속에서도 시장이 후발 사업자의 진입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속적인 시장 장악은 지난 1997년 국제전화 시장에 진출한 한국글로벌텔레콤(현 온세텔레콤)과 전기통신회선시설임대 시장에 진입한 두루넷, 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옛 지앤지텔레콤)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법정관리와 매각 등 후발 사업자의 경영 위기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지난 1996년 PCS와 시티폰(CT2), 주파수공용통신, 수도권무선호출 등 총 7개 분야에 걸쳐 27개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했다.

 ‘통신’ 전반에 신규 사업자 진입을 통한 경쟁 정책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이후 불과 2년여 만에 시티폰은 자취를 감춘다. 한국통신(현 KT)과 서울이동통신, 나래이동통신 등 11개 사업자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PCS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약 2년에 걸쳐 시티폰 사업자가 투자한 금액은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결과적으로 모조리 허공으로 사라졌다.

 시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사업자의 책임론도 제기되지만 해외에서의 ‘한물갔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시티폰이 PCS와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규제기관의 판단착오에 대한 비판도 날카롭다.

 시티폰의 실패는 정확한 시장 예측과 상황 변화에 따른 유연한 정책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규제기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이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사례는 지난 2006년 LG텔레콤의 동기식 IMT2000 사업 허가권 반납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문제는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제도가 과거 ‘전철’을 밟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이다.

 이동통신 재판매 제도 도입을 계기로 기존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의 과점 시장 구조를 개선, 경쟁 활성화를 통한 통신 상품 다양화 및 소비자 이용 복지 향상이라는 정책의 취지는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활성화와 요금 인하라는 당초 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정보통신 정책 전문가 진영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동통신 시장 자체가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이 수조원에 이르는 마케팅 비용을 경쟁적으로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 50%, KTF 30%, LG텔레콤 20%의 ‘황금분할’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이 고착되고 있다는 사실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지난 3분기까지 SK텔레콤이 가입자 유치 및 유지를 위한 단말기 보조금과 유통망 수수료 등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한 규모는 5조원(5조2259억원)을 웃돈다.

 같은 기간 KTF는 3조896억원을, LG텔레콤은 1조6848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7년 3월 말 기준으로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50.4%, KTF와 LG텔레콤은 각각 32%와 17.5%를 기록했다. 지난 1월 기준으로 SK텔레콤은 50.5%, KTF는 31.5%, LG텔레콤은 18%다.

 이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도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50.5%, KTF와 LG텔레콤은 31.5%와 18%로 드러났다.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의 시장점유율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의 3각 구도가 이미 물 샐 틈 없이 짜인 것이다.

 이동통신 사업자 고위 관계자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신규 가입자 진입을 통한 공급 확대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공급 확대 정책이 실효성이 발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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