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다시 희망가를 부르자](2)전기통신사업법

 # 기간통신서비스 중 전년 시장점유율이 일정 부분 이상인 기간통신사업자를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 지정한다.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는 재판매 사업자가 협정을 요청할 경우 90일 이내에 협정을 체결하고 30일 이내 방송통신위원회에 인가 신청을 해야 한다.

 # 한번의 허가로 시내·외 전화, 인터넷 접속 서비스 등 다양한 통신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허가 단위를 1개로 통합하고 허가 심사기준 중 기술·재정적 능력과 이용자 보호 계획 타당성을 제외한 기준은 삭제해 허가 절차를 간소화한다.

 

 지난 10일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통신시장은 본격적인 경쟁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이 내년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처리되면 통신망이나 주파수가 없는 사업자도 기존 사업자의 설비나 서비스를 도매로 제공받아 유무선 통신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초기의 대규모 투자 없이 신규 사업자가 통신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만큼 강력한 경쟁 촉진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기존 △전송역무 △주파수를 할당받아 제공하는 역무 △회선설비 임대역무 3개 역무를 1개로 통합하는 한편 허가제도를 간소화해 통신시장에 사업자 진입을 용이하게 했다. 이 조치 역시 시장에 다수의 사업자가 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도 통신시장에 경쟁을 활성화하고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제도 도입 취지를 공감하고 있다. 정부가 내세웠던 ‘시장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를 위한 기본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 제도 도입 취지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 기능에 대한 신뢰’가 기저에 깔려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원리에 의해 사업자와 상품이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매 제도의 경우 통신시장을 과거와 같은 정부 규제 중심의 ‘관리경쟁’이 아닌 시장 원리 중심의 ‘시장 경쟁’으로 개편한다는 원리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사전 대가규제 등 과도한 규제가 이뤄질 경우 자체적인 비용 절감이나 특화 서비스의 개발 노력 없이 도·소매 요금간 차익만을 노리는 부적격 업체 난립이 우려된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전체 시장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

 실제 영국·프랑스·미국 등 해외 통신선진국에서는 유통망이나 마케팅 역량 등 기본적 사업역량을 갖추지 못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재판매사업자·MVNO)의 무분별한 진입이 결국 시장의 피해로 이어진 사례가 빈번하다.

 기존 사업자들과의 차별성이 부족한 데다 지나치게 낮은 요금 책정, 빌링시스템을 포함한 운용 전문성 미확보 등으로 인한 이들의 파산은 피해 소비자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사례를 거울 삼아 규제를 통한 반작용과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고 해당 부작용을 제거할 수 있도록 재판매 제도가 완성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들 역시 역량을 갖춘 사업자가 진입해 서비스 품질과 요금의 선순환적 경쟁을 원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통신정책은 무엇보다 시장 원리의 정착과 시장 질서의 확립이라는 거시적인 정책 방향에 충실하고 일관성을 확고히 해야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서만 소비자 편익 제고라는 정책 목표의 달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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