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현행 4%에서 3%로 1%포인트(P) 인하했다. 사상 최대폭이다. 지난 10월 9일과 28일 0.25%P와 0.75%P 그리고 지난달 초 0.25%P 인하에 이어서다. 기준금리 3%는 역대 최저치인 3.25%(2004년 11월)보다 낮은 것이다. 사상 최대폭 인하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인하 폭은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치(0.25~0.5%P, 일부 0.75%P)를 뛰어넘는 수치다.
◇인하폭 왜 이렇게 컸나=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금통위 회의 직후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인하 배경으로 “최근 국내 경기는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이 심화되는 데다 수출도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빠르게 둔화되고 있으며 신용경색 등 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세계 경제의 침체로 향후 성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하나도 안 보인다는 의미다. 인하폭과 관련 이 총재는 “경기가 급속히 나빠질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금리를 몇 번 나눠 인하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며 “앞으로 경기가 상당한 정도로 나빠질 것이 확실하다면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 대출이자 부담 줄까=이날 큰 폭의 금리 인하 배경 중에 하나는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와 동떨어져 움직였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이후 무려 2.25%P라는 대폭 인하 속에서도 같은 기간 회사채는 오히려 상승하는 기현상을 나타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한 결과다.
이번 금리인하는 시중금리 하락에 분명 큰 압박요인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실물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어 그대로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이성태 총재는 “파급효과는 금융행위를 하는 사람의 의사결정에 달려 있다”면서 “정량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효과는 있지 않겠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과거와 비교해서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동안 내려가지 않은 것은 리스크 때문인데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인하로 어느 정도 내려갈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추가 인하 가능성은=이날 대폭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 반응 가운데 하나는 ‘앞으로 금리를 통한 경기부양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금리가 이미 사상 최저치로 내려온 상황인 데다가 1%P라는 충격적인 인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대략 최저금리를 2% 초중반 정도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의 인하는 제한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성태 총재는 추가 인하 가능성 질문에 대해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면서 “아직 유동성 함정(금리가 움직여도 시장 반응 없는 )에 빠진 상태는 아니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 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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