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음식물처리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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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물처리기 시장이 완전히 얼어 붙고 있다.

음식물처리기는 지난해 루펜리의 ‘루펜’, 한경희생활과학의 ‘미니’, 린나이의 ‘비움’ 등 보급형 제품의 등장으로 대중화의 물꼬를 트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업계는 지금 음식물처리기 시장의 성장이 예상보다 더딘 것을 넘어 “완전히 망가졌다”고 말하고 있다.

◇날개 없는 추락=9일 하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월 전월대비 30∼50%의 가파른 성장률을 보인 음식물처리기 판매량이 하반기 들어 급격히 감소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음식물처리기 시장은 상반기 매월 성장을 거듭하며 6월까지만 해도 판매량이전월대비 40%이상 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성수기인 7월 판매량이 15% 감소한데 이어 8월에는 50%가 감소해 시장이 절반으로 줄었다. 10월 한달은 유일하게 10% 늘었지만, 11월에는 다시 35%나 줄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음식물처리기 판매량이 7월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걸 봐서 계절적인 요인으로만 볼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성장의 기회가 보이지 않아 턴어라운드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기대 못 미쳤다=업계는 지난 7월 지상파 방송의 소비자불만 프로그램에 음식물처리기가 등장하면서 시장이 꺾였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연이어 소비자보호원에서 전력소모량, 탈취 효능을 문제삼은 자료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소비자의 반응이 냉담해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음식물처리기 자체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형 가전 시장에서 신데렐라로 등장한 음식물처리기는 시장 형성 초기부터제품의 성능보다 마케팅, 가격 위주로 재편됐다.

한 음식물처리기 업체 대표는 “방송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던 것은 맞지만 결국 제품이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음식물처리기 업체의 뼈를 깎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고가 제품으로 이동 중?=이같은 상황에서 분쇄건조식, 미생물방식 등 기존의 온풍건조방식을 벗어난 제품이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가 지난 이후에도 판매량의 감소없이 꾸준한 수요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에코포유 또한 전반적인 시장 침체에도 온풍건조식보다는 타격이 덜 한 것으로 파악했다.

미생물방식 음식물처리기업체 오클린도 양천구청 관내 어린이집 등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최호식 에코포유 대표는 “음식물처리기 시장이 올해 한차례 홍역을 앓았지만 이는 초기 가격 위주로 형성된 시장 상황에서 예견된 일이었다”라며 “기존 온풍건조방식을 고수하던 업체가 분쇄건조식 등 다른 방식에 관심을 보이는 등 향후 시장은 성능과 편의성이 뛰어난 중·고가 제품으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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