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산업재 사업 쪼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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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화학이 건축 장식재 ‘지인’ 브랜드로 상징되는 산업재 사업을 분사하기로 했다. 이로써 LG화학은 주력인 석유화학과 미래 수종사업인 정보전자 등 양대 부문에 ‘선택과 집중’을 단행하게 됐다. 분할되는 회사는 연 매출 2조원대의 산업재 전문 업체로, 향후 일반 가정 시장(B2C) 시장에 더욱 공세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화학(대표 김반석)은 2일 이사회에서 내년 1월 임시주총 승인을 거친뒤 산업재 사업을 4월 1일을 기해 독립 회사인 ‘LG생활소재(가칭)’로 분할키로 결의했다. 분할 방식은 분할 기일 현재 지분율에 따라 신설 법인의 주식을 배정받는 인적 분할 방식이다. 그룹내에선 지주회사인 (주)LG 아래 화학 계열사 하나가 추가되는 형태다. LG화학측은 “전문 사업 분야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주주 가치를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뉴스의 눈

LG화학의 산업재 사업 분리는 이미 지난해 LG석유화학 합병 당시 거론됐던 방안이다. 전사적인 사업구조를 단계적으로 정비하는 차원에서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일뿐, 예견된 수순이었다.

◇배경=산업재 부문은 LG화학의 주력인 석유화학은 물론 2차전지를 포함한 정보전자 소재와 비교해도 워낙 이질적인 사업구조다. 산업재 사업 가운데 일부 자동차 부품도 있지만 건축 장식재 시장은 전형적인 B2C 영역이기 때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일반 가정 시장에서는 전략적인 차별화와 기민한 대응이 더욱 필요하다”면서 “특히 최근 건설·자동차 경기 침체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사업부문간 효율적인 역량 배분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매출 15조원대의 전사 차원에서는 석유화학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는 동시에, 차세대 주력인 정보전자 소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비록 산업재 사업이 매출 2조원대에 7% 안팎에 그치는 가장 취약한 이익율이라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다소 소외됐던 게 사실이다. 사업군을 아예 분리함으로써 자생력 확보를 위해 각자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정보전자, 집중 육성=산업재 사업을 떼어낸 LG화학은 석유화학과 정보전자 소재 등 양대 사업군으로 재편된다. 이 가운데 2차전지를 비롯한 디스플레이·반도체용 정보전자 소재 사업에 한층 더 공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재 신설법인 분리후 당장 정보전자 소재 사업의 외형(매출)은 전체의 20%를 넘어선다. 영업이익을 따지면 벌써부터 25%를 웃돈다.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해 연간 2조2618억원의 매출에 1643억여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정보전자 소재 사업은 올해의 경우 매출액 성장과 동시에 이익 규모는 세배 가량 크게 늘릴 것으로 보인다. 2차전지와 디스플레이용 편광·광학 필름 사업이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한 덕분이다. 임지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전략적 방향은 결국 정보전자 사업을 확실히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 홈 시장 공세=신설법인을 축으로 향후 LG그룹 차원에서 일반 가정 시장을 겨냥한 이른바 ‘토털 솔루션’ 사업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과거 보다 싸고 튼튼하게 만들면 되던 건축 자재 시장은 최근 디자인과 편리성, 건강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하는 추세다. 집안에 필요한 각종 자재나 가구, 가전제품도 점차 ‘시스템·솔루션’으로 변모하고 있다. LG전자의 시스템 가전 사업과 LG상사가 추진중인 가정용품 유통사업을 합치면 LG생활소재는 건축자재 솔루션 제공업체로 적지 않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 이상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선 산업재 부문이 가장 취약한 사업구조지만 독립후에는 오히려 자생력을 갖출 수도 있다”면서 “다만 법인 분리후 화학 재료 구매 가격 상승 요인이나 공격적인 마케팅 능력을 구사할 수 있을지 등이 변수”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