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네할렘`과 컴퓨팅의 진화] 세상에서 가장 빠른 C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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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코리아는 지난 18일 차세대 마이크로 아키텍처인 네할렘을 적용한 데스크톱PC용 프로세서인 ‘코어 i7 프로세서’의 놀라운 성능을 선보여 소비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왼쪽)과 나빈 셰노이 인텔 아태지역 총괄 매니저가 칩과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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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최근 세상에서 가장 빠른 데스크톱PC 프로세서를 내놓았다. 차세대 프로세서 마이크로 아키텍처인 ‘네할렘(Nehalem)’을 적용한 ‘인텔코어 i7 프로세서’다. 우수한 속도와 기능이 주목받았지만 침체한 PC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네할렘의 출시 이후 달라질 컴퓨팅 환경과 시장에 미칠 영향, 그리고 PC업계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1달러에도 크게 못 미치는 1기가 D램. 내년 마이너스 성장까지 우려될 정도로 침체를 거듭하는 세계 PC 시장. 2008년 초겨울, 반도체와 PC 업계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다. 지난 20여년간 세계 IT 시장을 이끌어온 PC 시대가 정녕 막을 내리는가 하는 회의론도 증폭되고 있다.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를 맞은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들도 저마다 IT 투자를 줄이고 있다. ‘웬만하면 새 PC를 사지 말고 그냥 쓰자’는 생각도 확산됐다. 나올 때마다 PC 시장에 늘 활력소를 줬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용체계(OS)라는 약발까지 떨어졌다. 윈도비스타 이후 특히 뚜렷하다.

PC 시장에 남은 약발은 인텔의 새로운 칩뿐이다. 인텔은 MS와 함께 하드웨어(칩)와 소프트웨어(OS 등)를 결합한 이른바 ‘윈텔’ 진영을 구축해 PC 시대를 주도해왔다. MS의 소프트웨어가 예전의 영향력을 갖지 못하지만 인텔의 하드웨어는 다르다. 소비자는 지금의 PC를 바꾸지 않고도 리눅스나 구글 웹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새로운 OS와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게임, 동영상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고난이도 3D 게임이나 디자인 작업, 고화질 영화 감상과 같이 대용량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더욱 빠르고 손쉽게 즐기려면 PC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 PC 성능을 끌어올리는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은 고성능 칩을 쓰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인텔의 영향력이 아직 유효한 대목이다.

인텔이 새로 내놓은 ‘네할렘’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침체한 PC 수요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할렘’은 인텔의 차세대 프로세서 마이크로 아키텍처다. 인텔은 네할렘에 기반한 첫 제품으로 ‘인텔코어 i7 프로세서’와 ‘인텔코어 i7 프로세서 익스트림’을 이달 출시했다. 인텔코리아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인텔코어 i7’은 최대 클록 속도가 3.2㎓에 달한다. 세계 최고 속도다. 전력 소모량이 증가하지 않고도 비디오 편집이나 게임과 같은 인터넷과 컴퓨터 작업 속도를 최대 40%까지 끌어올렸다.

최대한의 성능이 필요할 때 더 많은 성능을 자동으로 얻게 해주는 지능형 멀티코어, 하이퍼 스레딩, 터보 부스트, 메모리 컨트롤러 등의 신기술을 적용했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혹할 성능이다.

이 칩을 적용한 PC는 아무래도 초기엔 비싸기 때문에 고속, 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전문가 및 산업용 PC에 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엔 이른바 ‘메인스트림’으로 불리는 대중적 PC 제품용으로 탑재가 늘어날 전망이다.

인텔은 2년에 한 번씩 미세회로 공정과 아키텍처를 번갈아 교체해왔다. 1년전 45나노 공정을 적용한 인텔이 1년 만에 같은 공정의 ‘네할렘’이라는 새 아키텍처를 내놓았다는 것은 이를 전략 제품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여겨진다. 나빈 셰노이 인텔 아태지역 총괄 매니저는 “‘코어 i7 프로세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데스크톱PC 프로세서로 미래 컴퓨터를 재정의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네할렘을 적용한 서버와 모바일 제품도 잇따라 내놓겠다”고 말했다. 인텔의 유일한 경쟁자인 AMD도 맞대응하면서 차세대 PC용 칩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도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내외 PC 업계는 인텔의 네할렘 기반 칩이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코어 i7 칩을 탑재한 PC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에선 삼보컴퓨터와 여우와컴퓨터 등이 칩 출시와 동시에 PC를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소 주저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고성능PC가 다가갈 여지가 적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경쟁사 제품이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으면 곧바로 가세할 것으로 관측됐다. 끝 모를 가격 하락에 생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도 메모리 수요를 부추길 고성능PC의 출현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업계 역시 고성능PC의 대중화 이후 신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사실상 세계 PC산업 성장에서 유일한 버팀목이 된 인텔이 새로 야심적으로 내놓은 네할렘 기반 칩의 성공에 대한 산업계의 기대와 관심이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