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통신의 비약적 발달이 가져온 정보화 물결은 기술뿐 아니라 사회·문화·예술 등 다방면에 걸쳐 변화를 가져왔다. 디지털은 이전에 기호와 상징으로만 가능했던 것을 이진법 표기방식으로 표현, 처리할 수 있게 해 데이터와 정보 처리에서 큰 진보를 이루게 했다. 이로 말미암아 누구든지 네트워크를 이용해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고 또 누구든지 그것을 향유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통신의 디지털화는 우리 일상생활을 다양하게 바꿔놓고 있다. 이는 디지털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시스템이 모두 디지털화되고 있음을 뜻하며 우리의 삶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실시간의 광범위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이를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경제, 즉 아톰의 시대에서 비트의 시대로 전환함에 따라 산업은 e비즈니스로, 정부는 전자정부로, 가계생활은 e라이프로 전환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산업구조는 가치창출을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 의존형으로 변화했을 뿐 아니라 글로벌 거대기업과 특화기업으로의 양분, 수직적 사회에서 수평사회로의 이행, 가상공간의 사회 문화적 공동체 확대 같은 양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미국은 이미 90년대 초부터 초고속 인터넷과 정보망 구축, 차세대 인터넷, 전자 상거래 촉진을 이용한 세계화 주도 같은 것을 계획한 바 있다. 가까운 일본도 고도 통신사회 구축을 위한 디지털 사회 실현을 정책기조로 내세웠다. 유럽은 1999년 3월 모든 유럽인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e유럽 프로젝트를 발표, 유럽의 초고속 네트워크를 추진했다. 또 90년대 말부터 세계산업을 디지털기업이 주도한다는 기치 아래 야후·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세계적 인터넷 기업은 e비즈니스 세계의 근간을 구축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디지털 경제시대의 경쟁 속에 그 가치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먼저 보다 적극적인 신산업 육성과 재래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 디지털 경제를 선도 및 대비하는 국가발전모델의 설정과 추진이 필요하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컴퓨터 통신망에 기초한 인터넷 e비즈니스, 금융공학 산업, 첨단 소프트웨어 산업, 정보제공 산업 등을 육성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원활한 투자자금 공급과 기술담보제 활성화, 기술평가시스템 개선도 요구된다. 그뿐만 아니라 디지털경제시대의 국가발전을 위해 장기적인 산업기술 정책을 수립해 강력히 추진하고, 산업계에는 산업발전기술개발의 중단기 및 장기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추진과제는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 간 효율적 연계로 이것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대학졸업자와 고학력자 공급과잉 속에서도 여전히 첨단산업 분야의 창의적 기술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전문인력의 수급 불균형 해소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 기업이 필요한 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시스템을 개발, 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우수한 해외 인력 확보와 활용 방안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의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는 정보와 통신기술, 그리고 이를 이을 차세대 유망 기술에 대한 대학·정부·민간의 공동 연구개발투자를 강화하고, 유망한 차세대 첨단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 지원해야 한다.
새로운 디지털 경제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민간·공공영역의 유기적인 조화 속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경제구조가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의 해법을 0과 1에서 찾아볼 때다.
방기천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장·남서울대 교수 bangkc@n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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