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떠오르는 중동 IT시장(하) 두바이, IT허브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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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정부는 2000년과 2002년 차례로 두바이의 양대 IT클러스터인 인터넷시티(왼쪽)와 실리콘오아시스를 조성해 세계 IT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지난달 30일 ‘스피어네트웍스’라는 두바이의 신생 벤처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스피어네트웍스는 시스코시스템스와 HP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 무하마드 하미디 사장이 중동으로 돌아와 2006년 설립한 현지 기업. 네트워크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중동에서 이제 막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업체다. 걸프뉴스 등 지역 언론은 인텔이 중동 소프트웨어 업체에 투자를 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 뉴스를 비중 있게 다뤘다.

스피어네트웍스는 인텔로부터 받은 투자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는 지분 범위 내에서 꽤 비중 있는 액수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무대에 알려지지 않은 중동의 조그마한 벤처가 인텔의 투자를 유치한 데에는 무엇보다 이 회사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겠지만, 두바이정부의 지원이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했다. 다름아닌 스피어네트웍스 본사가 있는 경제자유구역 두바이 실리콘 오아시스의 관리당국이 인텔과 공동 출자 형식으로 이번 투자에 참여, 스피어네트웍스의 주요 주주가 됐기 때문이다.

◇실리콘 오아시스·인터넷시티, 세계 IT시장 교두보=언뜻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연상시키는 이름의 실리콘 오아시스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연구개발(R&D)에서부터 설계, 제조, 운송까지 모든 연관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두바이 정부가 조성한 IT클러스터다.

지난 2002년 10월 총면적 7.2㎢의 용지에 착공한 실리콘 오아시스는 본부 건물에 현재 16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나머지 비즈니스동과 연구동, 입주기업 직원 주거용 빌라 신축 등 후속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실리콘 오아시스는 오는 2012년께 사무실, R&D 및 산업용 용지, 교육기관, 아파트, 빌라, 은행, 호텔, 병원, 쇼핑몰, 레저시설 등을 모두 갖추고 인구 1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상 복합 단지로 거듭나게 된다.

두바이정부는 실리콘 오아시스에 앞서 지난 2000년 이와 유사한 두바이 인터넷시티라는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해 IBM, HP,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라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지멘스, 노키아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업을 대거 유치했다.

실리콘 오아시스의 마케팅담당 직원 리나 로즈는 “인터넷시티는 중동·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하는 다국적IT기업의 지역 본부를 입주시키는 데 보다 주력하지만 실리콘 오아시스는 R&D나 제조기반에서부터 주거단지까지 생활과 비즈니스가 공존하는 대규모 복합단지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두바이 내의 많은 경제자유구역과 마찬가지로 실리콘 오아시스와 인터넷시티 역시 외국인투자지분 한도가 없어 글로벌기업이 100%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고 법인세, 소득세, 수출입관세가 면제되며 외환송금도 무제한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글로벌기업들에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인재 양성, 고비용 구조 개선이 관건= 그러나 두바이의 중동IT허브 구상이 실현될지는 몇 가지 걸림돌로 인해 아직 불투명하다.

우선, IT산업을 지탱할 고급 두뇌가 부족하다.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시장의 특성상 최첨단 기술을 연구개발할 인재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IT클러스터 성공의 관건인데 두바이에는 세계적인 대학이나 연구소가 없다.

인력을 해외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대학이, 인도의 벵갈루루는 인도공과대학(IIT)이 두뇌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두바이의 경쟁자 카이로조차 카이로국립대학이 있다. 두바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시티 옆에는 날리지빌리지, 실리콘 오아시스 옆에는 아카데믹시티라는 이름의 대학 집적단지를 조성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가격과 인건비 등 고비용 구조도 문제다. 인터넷시티는 지난 3월 사무실 임대료가 평방피트당 180디르함으로 무려 25% 올랐다. 정부가 정한 민간부동산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 5%를 크게 초과하는 수치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 연방정부는 공무원 연봉을 70% 인상했다. 공공 부문 임금상승은 올해 민간 분야에도 연쇄 효과를 일으켰다. 이 밖에 갑자기 늘어난 비즈니스 인구로 심각해진 두바이의 교통체증이나 공해 등도 해외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심심찮게 거론되는 부정적인 요소다.

무관세와 외환자유화로 단기간에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로 성장한 두바이의 전략이 과연 IT분야에서도 통할지, 아니면 중동IT허브가 되겠다는 두바이의 꿈이 한낱 사막의 신기루로 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조윤아 IT칼럼니스트=두바이(아랍에미리트)> forange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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