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서류 제출 아직도 `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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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대국민 민원행정 편의와 종이문서 절감 등을 목표로 전자정부사업을 비롯, 다양한 온라인 행정서비스를 도입해 왔다. 하지만 사실 이 같은 온라인 행정서비스는 민간 쪽에서 한발 먼저 발전해 온 것을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적극 도입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것은 아니다.

 업무 서류의 온라인 발급·제출이 민간에 비해 정부 쪽이 더딘 배경으로, 법·제도의 보수성과 공무원의 행정 편의주의를 꼽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많은 관공서가 발급신청까지는 온라인으로 받지만, 실제 수령을 위해서는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규정 아닌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대부분의 관공서가 종이문서 형태의 제출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갖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정부의 의지와 현실에 괴리감이 있는 것이다.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법·제도의 개선만으로도 온라인화가 가능한 행정업무는 산재해 있다. 물론 운전면허증 갱신처럼 적성검사 등으로 본인 방문이 필수인 때는 어쩔 수 없지만, 단순 제출서류조차도 온라인 발급·제출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보안 문제도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온라인 처리 수단인 e메일은 각종 악성코드를 활용한 해킹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자칫 주요 정부자료 유출로 이어질 개연성이 존재한다. 또 e메일은 수신 확인의 정확성이 떨어져 공문서는 효력 확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민원인 포털 등을 정비·구축해 e메일과 같은 편의성을 확보하면서 보안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기된다.

 온라인행정을 위한 다양한 정부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를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서류의 온라인 제출을 ‘국민의 권리’로 법제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현행법상(전자정부법) 행정서비스 온라인화는 관계기관의 재량으로 돼 있으나, 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법 적용대상도 공공기관을 포함한 행정기관 전체로 확대해 협/단체·금융기관·교육기관 등으로 확산을 꾀해야, 국가 전반의 온라인 행정서비스 정착이 실현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차라리 행정에 필요한 속성 정보를 관련 기관(부처)이 공유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에게는 서류 제출 의무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원스톱 행정서비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상옥 충북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모든 행정 서류의 온라인화만으로도 일정 수준 대민 행정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예 민원인은 필요한 민원업무를 의뢰하고 나머지 서류작업은 관계기관끼리 온라인 등으로 연계해 사실 확인을 거쳐 처리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는 업무별로 행정을 전산화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모든 관계 정보를 하나로 묶어 속성정보가 한 틀에서 생성·진화·소멸되도록 하고 그 정보를 관계기관이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승화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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