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세계 금융기구 재편과정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의 지분을 요구하는 ‘조정자’역할을 수행, 경제외교 무대에서 성과를 거뒀다. 이날 회의에서 정상들은 금융 규제·감독을 강화하고 금융감독당국 간 공조와 협력을 강화하고 통화정책과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내수 경기 부양책을 각국별로 추진한다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국제금융기구, 신흥국 대표성 반영키로=G20 정상들은 선언문에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거시경제 정책 공조에 기반한 광범위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면서 통화정책과 내수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가장 큰 성과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 은행 등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에서 신흥시장국의 경제력을 반영해 대표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12개 주요 선진국의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금융감독기구 수장, IMF, 세계은행 등을 포괄하는 기구인 금융안정포럼(FSF)에서의 신흥시장국 참여 확대 원칙도 마련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경제국의 IMF 출연금 비율에 따른 의결권 확대가 예상된다.
유럽국가들이 주창한 초국가적 금융감독기구 창설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대신 각국별로 상이한 회계규정과 규제관행을 개선해 국제적으로 단일한 회계기준을 채택하고, 금융감독당국 간 협력을 통해 다국적 대형금융회사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자는 미국 측 입장이 반영됐다.
◇한국 등 경제 중심으로 부상=이명박 대통령 등 신흥경제국 정상이 대거 참석한 G20정상회의는 세계 경제 권력이 신흥시장국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G20정상회의의 내년 4월 이전에 2차 회의가 열린다. 외신들도 ‘G20회의의 정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G7에서 G20으로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주목할 것은 미국과 영국, 일본 등 G7 회원국이 한국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경제국가의 협조를 정식으로 요청했다는 점이다. 회의장에선 ‘G7을 대신해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 파수꾼으로서 G20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신흥경제국가들의 주장이 힘을 얻었다. 우리나라는 내년 G20 순번 의장국인 영국과 함께 다음번 정상회의에 올릴 5대 과제를 준비하는 ‘트로이카’멤버에 포진됐다. 2010년에는 G20 재무장관회의 의장국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무역규모 세계 10위, 외환보유액 세계 6위, 국내총생산(GDP) 13위 국가 위상에 걸맞게 새로운 국제금융기구 재편에 대해 적극 참여를 강조하며, △보호주의 확산 반대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국제 공조 △신흥국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국제금융개선 논의에 대한 신흥국 참여 보장으로 요약한 금융위기에 대한 4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보호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무역·투자와 관련한 새로운 장벽을 만들지 않는다’는 이른바 ‘동결(Stand-Still) 선언’을 채택할 것을 공식 제의해 큰 환영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어 금융체제 개선 논의에 신흥국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G20 워킹그룹을 구성해 논의하되 워킹그룹에 신흥국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해 신흥국 입장을 대변하는 ‘조정자’역할로서 자리를 굳혔다.
이 대통령은 G20정상회의 뒤 언론 설명회에서 “1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중대 과제 속에서 국제무대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이 새로운 금융체제 변화를 꾀하는 세계 경제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승수 국무총리는 16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내년 4월말로 예정된 제2차 금융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신흥국의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협의해 국제금융정책에 대한 개선방안과 구체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상룡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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